사랑방처럼 편안한 이발관
사랑방처럼 편안한 이발관
  • 영광21
  • 승인 2004.07.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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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탐방 - 만금이발관〈군서면〉
군서면 만금리 삼거리에 위치한 만금이발관(대표 임권섭)은 30년 전통을 자랑하고 있다.
컷트 염색 면도 등 다른 이발관에서 하는 일 외에도 만금이발관의 하루는 아침 일찍부터 바쁘다. 만금리 이장을 맡고 있는 임 씨 때문이다. 마을의 온갖 대소사를 상의하러 오는 주민부터 개인문제로 찾아오는 주민들 때문에 가게의 문턱이 많이 낮아졌다.

찾아가는 날도 마을 할아버지가 임 씨를 찾아와 어려운 농촌 이야기에 목소리를 높이자 할아버지께 술을 건네며 위로하는 모습에 임 씨의 하루가 부족할 지경이다. 만금이발관의 특징은 손님들의 주문사항이 별로 없다. 머리 모양은 임 씨가 전부 알아서 하기 때문이다.

손님 대부분이 30년 단골손님이라 특별한 주문없이 임 씨의 가위질에 맡긴다. 가게를 시작할 때 초등학생이 지금은 결혼을 해 자녀 손을 잡고 올 때 세월의 무게를 느낀다고 한다.

또한 이발료가 정해져 있지 않는 것도 이 가게의 매력이다. 손님들이 알아서 계산하고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주민에게는 무료나 저렴한 가격으로 봉사도 하고 있어 이발료가 일정치 않다. 몇 명의 할머니들은 읍내까지 가는 교통비도 절약할 겸 이 가게에서 머리를 하고 가는 만능 이발관이다.

“18살부터 시작해 결혼하고 애들도 잘 자라주어 이 가게는 내 인생 전체와 같다”며 “늙어 힘이 부족할 때까지 이곳을 지키며 마을 주민들과 함께 살고 싶다”는 임 씨의 소박한 말속에 시골의 정이 묻어난다.

“요즘은 농번기라 가게가 한가하지만 그 외는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다”며 “마을회관이 있지만 거기보다는 여기가 훨씬 편해 거의 매일 온다”는 마을 할아버지의 말에 이발관보다 사랑방에 더 가까운 것 같다.

특히 가게가 버스 승강장 바로 옆에 위치해 마을주민들이 가게를 하루라도 들리지 않으면 서운할 지경이다. 강산이 세 번 바뀌는 시간동안 동네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며 주민과 함께 한 만금이발관은 내부 곳곳에 30년의 흔적이 남아있다. 하지만 한결같은 자세와 마음으로 마을 주민들과 생활하는 임 씨의 마음은 30년 전 순수한 청년의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