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에 ‘참여’는 없었다
참여정부에 ‘참여’는 없었다
  • 영광21
  • 승인 2004.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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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민주주의에는 직접민주주의와 간접민주주의가 있다는 것은 교과서를 제대로 공부한 초등학생이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또 인류사에서 직접민주주의가 전면적으로 시행되었던 경험이 매우 드물다는 사실도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오늘날 민주주의라고 한다면 대부분 간접민주주의의 형태라고 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전세계적으로 의회민주주의는 간접민주주의 혹은 대의제민주주의의 전형적인 방식으로 통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의회민주주의는 어떤 면에서 인간의 지혜로 창안해낸 매우 대중적이고 탁월한 사회과학적 발명품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 발명품의 우수성은 정당제도와 선거제도와 의회제도에 의해 뒷받침된다.

3000년전 아테네에서 직접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표출했던 시민들은 이제 정치적 대리인을 찾아 그에게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의탁해야만 한다. 그 결과 다수 시민들의 의사를 대리하는 활동을 직업적으로 수행하겠다는 사람들이 나타났고, 이들이 동업자조합을 결성한 것이 오늘날의 정당으로 발전하여 정당정치를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초과공급 상황이 발생하면서 정치적 대리인을 자처하는 복수의 지원자들 중에서 최상의 대리인을 선별하는 메카니즘이 필요했고, 이것을 선거방식으로 해결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시민들은 일상적인 참여를 박탈당한 채 정기적인 선거 때나 되어야 자신의 정치적 대리인을 선출하는 방식으로 의사를 표현하도록 권리를 제약당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다지 선량하지도 않은 대리인들에게 우리의 염원을 담아 선량이라고 부르면서 일정한 활동공간을 마련하여 의회라고 지칭하고, 그 권능을 헌법에 뚜렷하게 명시함으로써 간접민주주의를 완성하게 된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민주주의 제도는 본질적으로 시민적 참여와 효율성이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는데 의회민주주의가 효율성을 우선적 덕목으로 선택한 결과 참여의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대중민주주의에서 참여는 평등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참여의 박탈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의회민주주의자들이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결과 참여를 확대하고 보장하는 몇 가지 안전장치를 설계했다. 국가의 중대사안에 대한 국민투표제, 국민들이 스스로 의제를 형성하는 국민발안제, 선출된 공직자를 중간평가할 수 있는 국민소환제 등이 그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참여정부’를 표방한 것은 의회의 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현대민주주의의 흐름과 민주화 과정에서 참여 열망을 표출하고 있는 국민적 요구를 반영하여 유럽 등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시민적 참여 경향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16개월의 국정운영을 총괄적으로 회고하건대 참여정부에는 제대로 된 ‘참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노무현 정부의 국정운영을 책임지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참여민주주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거나, 아니면 참여민주주의를 체계적으로 실행하는 방법을 모르고 있는 것이거나, 그도저도 아니라면 참여민주주의를 실천할 생각이 없는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국정운영이 이렇게 불안정할 수가 없다.“국민이 대통령입니다”라는 인수위 당시의 구호에 함축된 약속을 지키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뒤따르지 않고서는 눈앞에 펼쳐진 난국을 헤쳐나갈 방도가 없다.

박찬석 - 본지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