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항쟁 물결 그대로 25일 영광땅에
13일 항쟁 물결 그대로 25일 영광땅에
  • 김광훈
  • 승인 2002.11.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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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이 화가 났다. 여의도 둔치 농민대회 집회장에 들어오는 농민들의 꼬리는 보이지가 않는다. 농자천하지대본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만든 농정을 농민이 이젠 스스로 해결하려 한다. 머리띠 굳게 묶고 굳게 다문 입엔 분노가 서려있었다.

11월 13일 30만 농민대항쟁은 2004년 WTO 쌀 재협상까지 달려가는 그 힘찬 포문이었다. 12일 저녁 남도 끝 진도군에서 38대의 버스가 출발한 것을 시작으로 2,655대의 버스로 94,000여명의 농민과 각 단체참가자등 10만이 넘는 인원들이 여의도로 집결했다. 제주도에서는 270여명의 농민들이 비행기를 전세 내 올라왔다.

한강둔치로 들어서려 할 때 유난히 영광군 농민들의 오색 깃발이 눈에 띄었다. 깃발을 앞세우고 행사장으로 들어오는 농민들, 까만 얼굴의 젊은 아낙네부터 깊게 주름살 패인 어르신까지… “이젠 머리띠 매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는 1500여명의 영광군 농민들의 13일 투쟁대열에 함께했다.

▲8시30분
이 나라의 역사요. 영광땅의 역사였다. 1500여명의 영광군 농민들을 태운 43대의 버스가 긴 꼬리를 물고 서울로 향했다. 비로소 영광군 쌀대책위 관계자들의 얼굴에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밝은 미소가 어렸다.

지역 현안문제로 다른 지역보다 늦은 준비와 역사의 한 페이지를 만들어야하는 사명 앞에 준비기간 내내 제대로 잠 한숨 못 잔 터였다. 6시 각 읍․면 마을별로 모인 농민들은 7시 영광읍 거농마트 주변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모든 점검이 끝나고 8시 30분 드디어 아스팔트 농사지 서울 여의도로 출발.

▲오후1시
초가삼간 집을 짓는 내고향 정든땅, 나는 야 흙에 살리라~ 라는 영광농민들의 노랫소리가 월드컵 상암경기장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여기서부터 대회장까지는 지하철로 가야했다. 30만 대항쟁을 이루기 위해 전국에서 모인 농민형제들의 열기와 숫자가 대회장까지 바로 가기 어려운 도로사정을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11시 서산 휴게소에서 때 이른 점심과 최종 인원점검, 12시 고속도로에 눈발 날림, 1시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도착.

▲오후2시30분
한강 둔치로 들어서려 할 때 유난히 영광군 농민들의 오색 깃발이 눈에 띄었다. 깃발을 앞세우고 행사장으로 들러오는 농민들. 까만 얼굴의 젊은 아낙네부터 깊게 주름살 패인 어르신까지… 12일 저녁 남도 끝 진도군에서 38대의 버스가 출발한 것을 시작으로 2655대의 버스로 94,000여명의 농민과 각 단체 참가자등 10만이 넘는 인원들이 여의도로 집결했다.

제주도에서는 270여명의 농민들이 비행기를 전세 내 올라왔다.
한강 칼바람도 그곳에 모인 농민들의 함성과 대항쟁 성사의 열기 앞에 맥을 추지 못했다. 식전행사, 본행사, 대선 후보 연설 등이 이어지며 대회의 끝길로 나아갔다.

▲오후5시
한강 마포대교를 넘어서는 10리길 행진이 시작됐다. 왜 그리 한강바람은 매섭던지… 옷깃을 여미며 내 딪는 한걸음 한걸음 위에 오늘 이땅의 농정 현실과 내일의 희망이 교차되고 있었다. 또한 WTO를 앞세운 미국의 횡포․사대성을 버리지 못하는 농정당국에 대한 분노와 대항쟁의 역사를 일군 농민 형제들의 자랑스러움이 교차되고 있었다.

▲저녁8시
다시 영광으로!!!
오늘 여의도 아스팔트 농사가 끝이 아니다. 오늘의 의지와 거대한 투쟁의 물결 그대로 이어 25일 지역별 투쟁의 파도를 드높일 것이다. 그 마음 묻어 담으려 잠을 청하는 사람, 그함성 더욱 높이려 왁자지껄 술판에 쏟아내는 사람… 그 내음 서해안 고속도로에 흩뿌리며 영광을 향해 달렸다.

▲14일 0시30분
이렇게 힘 합치면 되는 것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을… 그랬다. 오늘 우리 농민들은 무지랭이 촌부가 아닌 역사의 주인이었다. 각자의 마을에 내려 집을 향해 내딪는 발걸음에 뿌듯함이 서려 있었다. 그리고 25일 또 하나의 역사를 만들기 위한 마음 다짐이 서려 있었다.

25일, 농민전국 동시다발 집회 개최
WTO쌀수입반대 쌀값보장 농가부채 해결 촉구
영광군 쌀대책위원회(위원장 김홍연)가 25일 'WTO쌀수입반대 쌀값보장 농가부채해결 전국 동시다발대회'를 개최한다. 이번 대회는 전국 농민회총연맹 차원에서 전국 시·군단위 대회의 일환으로 열리며 당면한 농업문제와 지역현안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영광쌀대책위 관계자는 "25일 투쟁은 지난 13일 농민대항쟁의 성과를 바탕으로 쌀값보장과 농가부채 해결에 대한 투쟁의 장이 될 것이다"며 "농성 및 쌀가마 적재 투쟁 그리고 현물납부 주민증반납 등 다양한 방식으로 많은 농민들이 함께 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