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패러디를 아느냐
너희가 패러디를 아느냐
  • 영광21
  • 승인 2004.07.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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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 박찬석 / 본지편집인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소재로 한 패러디가 청와대 홈페이지에 실렸다는 일로 국회 대정부 질의장이 한나라당 소속의원들의 강력한 항의와 원색적인 비난으로 아수라장이 되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청와대 이병완 홍보수석은 “박 의원께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며 공식적인 사과를 했다.

나라의 얼굴이라고도 할 수 있는 청와대 홈페이지에 그런 게시물을 눈에 잘 띄는 곳에 방치한 것은 분명히 적절한 처사는 아니다. 따라서 청와대 홍보수석이 박근혜 대표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한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홍보수석의 파면과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면서 온갖 공세를 퍼붓는 한나라당의 대응은 가히 꼴불견이다.

지금 세상에서 그 정도의 패러디물은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공간에서 넘치고 넘친다. 또 민주사회가 포용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라는 가치의 범주를 벗어났다고 볼 수도 없는 정도이다. 어떻게 보면 지극히 지엽적인 사안을 가지고 국회 대정부 질의장에서 국정현안보다 훨씬 비중있게 다룬다는 자체는 단지 또 하나의 패러디 소재를 제공하는 우스꽝스러운 광경일 뿐이다.

당장 한나라당의 홈페이지에 들러서 ‘젊은 한나라가 만드는 OK 좋은 나라. COM’이라는 곳을 보면 한나라당이 청와대를 향해 그렇게 직격탄을 날릴 자격이 없음을 금방 알 수 있다. 그곳에서는 대한민국의 국가원수인 노무현 대통령이 거지가 되기도 하고, 이상한 행색을 한 ‘무법자 노란 돼지’가 되기도 한다.

박근혜 대표의 아버지인 박정희 대통령 시절이라면 ‘국가원수 모독죄’로 남산에 끌려가서 여러 번 곤욕을 치렀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어느 누구도 그 정도의 표현을 가지고 문제를 삼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 세상이 바뀐 만큼 박근혜 대표는 “말도 안되는 한심한 일”이라고 비아냥거릴 것이 아니라 그 정도 표현의 자유는 담담하게 넘어갔어야 옳다.

또한 “반시대적, 반여성적 작태를 자행한 청와대는 국민과 여성 앞에 석고대죄하라”는 거창한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하며 호들갑을 떤 한나라당의 여성 국회의원들도 ‘여성 정치인에 대한 성적 모독’이라는 편협한 비난에 머물 것이 아니라 이젠 여성도 남성과 동등하게 다뤄질 수 있도록 여성의 지위향상을 위한 노력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계기로 삼았어야 한다고 본다.

박근혜 대표가 한나라당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여서인지는 모르나 한나라당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앞다투어 이 문제를 거론한 것은 썩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니었다. 또 이번에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패러디 사진은 그래픽 프로그램을 조금만 안다면 누구나 쉽게 만들어낼 수 있는 수준의 것으로 단순히 족벌언론과의 유착관계 때문에 생긴 답답함을 풀어보고자 영화의 한 장면을 따와서 만든 것에 불과하다.

그런 것을 가지고 흡사 무슨 음모가 있다는 듯이 민감하게 반응하며 대통령의 사과와 홍보수석의 파면을 요구하는 것은 정치공세의 억지로 보인다. 이런 한나라당의 과민반응을 보고 네티즌들은 웃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물론 이번 패러디가 다른 인터넷 홈페이지와는 달리 청와대라는 지위와 성격에 걸맞는 게시물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청와대는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홈페이지 관리에 보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어야 한다. 그리고 정치권은 의사당이 쓸데없는 정쟁 따위로 핏대를 높이는 곳이 아니라 쌓이고 쌓인 민생현안을 논의하는 곳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인식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