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야기 - 화순 모후산(918.8m)

모후산 줄기는 상봉을 중심으로 거의 열십자 형상을 이루고 있으며 북쪽 운암산과 남쪽 말거리재를 지나 까치봉으로 이어지는 남북방향의 능선은 그대로 화순과 순천의 경계를 이루며 동쪽 남방재와 서쪽 용문재로 뻗어 내린 동서방향의 능선은 순천시 송광면과 주암면 그리고 화순군 남면과 동북면의 경계가 된다.
모후산의 원명은 나복산(羅蔔山)이며 나복산이 모후산으로 바뀐 것은 고려 공민왕 이후의 일이라고 한다. 공민왕 10년(1361년) 홍건적이 자비령을 넘자 왕과 왕비는 태후를 모시고 원주 안동 승주를 거쳐 나복산 기슭에까지 오게 됐다.
산세가 수려하면서도 포근해 왕은 즉시 가궁을 짓고 한해를 지낸 뒤 곧 반격을 도모해 개성을 되찾고 난을 평정했는데 그 뒤부터 왕이 태후 왕비와 함께 난을 피한 곳이라 해 모후산이라 부르게 됐다고 한다.
지금도 모후산 동쪽 송광면에는 왕대리 유경리 등의 지명을 가진 마을이 있어 이 전설의 진실성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모후산 남릉의 룡바위속에는 당시 공민왕이 사용했던 갑옷과 보검 등이 숨겨져 있다는 전설이 전하기도 한다.
모후산은 한때 모호산(母護山)이라고도 불렀는데 정유재란때 김성원(임진왜란때 동복현감을 지낸 김덕룡 장군의 당숙)이 노모를 구하기 위해 왜병과 필사적인 싸움을 벌이다 전사했던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산이름의 유래와 이름에서 오는 느낌이 그렇듯 모후산은 산세가 어머니 품처럼 순수한 것이 특징이다. 모후산은 산 전체에 조릿대와 잔목이 우거져 여름철 산행에는 불편함이 많다.
모후산 산행은 정상남쪽의 고찰인 ‘유마사’에서 시작해 유마사로 하산하는 것이 가장 많이 찾는 코스다. 순천시 송광면 신평리로 하여 신평교를 건너 오르기도 하지만 유마사 방면의 등행로에 비해 경관이나 등산로의 자연스러움 등을 비교할 바가 못된다.
다만 호수를 벗삼아 드라이브하며 즐기려면 송광면의 호안도로를 선택하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그러나 화순읍내에서 남동쪽으로 뻗은 15호 22호 국도를 타고 달리다가 화순군 남면소재지인 사평을 지나 남면 주산리 주산1교에 이어 주산 2교를 건너면 왼쪽 모서리에 ‘유마사’라 음각된 커다란 바윗덩이가 보인다.
이 바위 옆으로 난 샛길을 따라 들어가야 유마사에 이른다. 처음에는 포장도로가 이어지지만 삼거마을부터는 비포장도로다. 삼거마을에서 기폭이 심한 비포장길을 2km 더 들어가면 유마사가 반긴다.
유마사 부근 계곡물은 물이 맑고 암반이 좋아 피서철이면 행락객들이 계곡을 가득 메운다. 작은 주차장이 유마사 입구에 마련돼 있다. 유마사는 고사찰로 화순군지 등 기록에 따르면 60여동의 대소가 늘어선 대찰이었다고 기록돼 있다. 현재는 대웅전을 새로 복원했다.
유마사 북쪽 100m 지점 계곡을 가로지른 돌다리는 길이 약 4m 폭 1.5m 두께 50cm의 하나의 바윗덩이로 돼 있으며 다리 바닥 한 귀퉁이에 ‘유마동천 보안교’란 글씨가 음각돼 있다. 이 보안교는 유마사를 창건했던 유마대사(백제무왕 28년·서기 627년) ‘유마운’의 딸 보안이 모후산 중턱에서 너럭바위를 치마폭에 싸 안아들고 와 이곳에 놓은 것이라는 전설이 전한다.
산행 길잡이
모후산 산행은 유마사 정문 오른쪽 담벽 아래를 따라 올라가면 채소밭이다. 밭 가운데 여기저기 초석이 보이는데 옛날에 유마사가 얼마나 큰 사찰이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계곡에 난 산길을 따라 30분쯤 오르면 계곡 갈림길이다. 왼쪽이 산막골 오른쪽은 뱀골로 가는 길이다. 산행은 산막골로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산막골로 접어들어 10분쯤 걸으면 산판길이 끝나고 무성한 조릿대 숲길이 시작된다.
경사는 완만한 편이지만 상봉 서쪽 능선상의 넓은 안부인 용문재로 올라서기 직전 경사가 급해지면서 다시 두 갈래 길이 나온다. 왼쪽은 유마사 뒤의 능선으로 되돌아가는 길이다. 상봉은 동문재 공터에서 정동방향이다. 정상은 넓은 평지로 헬기장이 있다. 하산은 정상에서 노출된 안부를 따라 정남으로 내려서면 곧 경사가 완만해지며 어른 키 높이로 자란 조릿대 숲이 연이어진다.
약 1시간 정도 내려서면 뱀골 상당부의 무덤 2기가 있는 능선위로 올라선다. 곧이어 내려서면 농바위(혹은 집게봉)이다. 농바위 위 왼쪽 밑을 돌아 집게봉이란 이름의 유래가 집게처럼 험하다는 뜻에서 유래한 것인 만큼 이곳 암봉에서는 발길을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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