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쿠니신사, 일본광기의 총본산
야스쿠니신사, 일본광기의 총본산
  • 영광21
  • 승인 2004.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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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 박찬석 / 본지편집인
지금 일본에서는 야스쿠니신사(靖國神社)의 가판대에서 우익들이 희한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내용인즉 8월15일에 총리대신이 직접 신사에 참배하라는 것이다. 8월15일은 우리에게는 광복절이지만 일본에게는 패전일이다. 그동안은 참배를 하더라도 외국을 의식해서 8월15일이란 특별한 날은 피해갔는데 이번에는 노골적으로 패전일에 총리가 직접 신사를 참배하라는 압력을 가하고 있다.

역대 일본의 수상들이 참배를 하여 걸핏하면 외교문제가 되어온 야스쿠니 신사는 과연 어떤 곳인가? 야스쿠니 신사의 유래는 명치유신기의 막부타도전쟁 중에 죽은 국가의 원혼들을 추모하기 위해 시작되었다고 한다. 명치유신 시작기의 전몰자수가 4,751주, 서남전쟁 기타 내란에서 죽은 자 6,971주다.

이것이 국가통합과 근대화를 치달리는 과정에서 일본 천황측이 낸 희생자에 해당한다. 또 청일전쟁에서의 전몰자가 13,619주, 러일전쟁에서의 전몰자가 88,429주, 더 범위를 넓혀 1차대전에서의 전몰자는 4,850주이다. 직접 전쟁을 일으켰던 아시아ㆍ태평양전쟁에서의 희생자가 2,342,236주이다. 그리하여 총 2,466,427주의 전몰자가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合祀)되고 있다.

합사된 자들이 국가 차원에서의 전쟁에 참전하여 희생된 자를 모신 점에서는 다른 나라의 국립묘지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문제는 A급 전범으로 처형된 자들을 1970년대 초에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한 것이다. 국제적인 논쟁을 아랑곳하지 않은 우익들이 2차대전을 일으킨 전범 7명을 합장한 것이다.

신사 앞에는 여러 동상들이 세워져 있다. 미군정이 탈군국주의화의 일환으로 대부분 파괴하고 남은 동상이라고 한다. 명치시대에 막부세력을 깨는 데 앞장선 사람들의 동상을 위시하여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서의 승리의 부조들, 그리고 러일전쟁의 영웅들의 동상이 여기저기 세워져 있다. 심지어 군견과 군마, 비둘기의 위령상까지 세워 놓았다.

이중 가장 압권은 신사 옆에 세워진 전시관, 이름하여 유취관(遊就館)이라고 하겠다. 이곳은 일본의 침략전쟁을 옹호하는 내용으로 온통 가득 차 있다. 여기에는 한국합병에 대한 설명이 "익 43년(1910년) 신임의 테라우찌 통감이 이완용 총리와 회견, 조약안이 협의되었다.

한국정부에는 22일에 각료를 포함한 어전회의에서 조약안을 승인ㆍ재가하고, 그날 한국합병의 조약이 조인되었다"고 서술되었다. 그야말로 마치 평화조약이나 체결된 듯한 느낌을 풍기고 있으며 조약의 당사자인 이완용과 테라우찌의 사진을 나란히 전시해 놓았다. 가슴아픈 일이다.

야스쿠니 신사참배는 오늘날 일본을 가늠하는 척도로 여러 가지 상징적 의미를 띤 곳이라서 우리의 관심이 쏠리는 것이다. 일본이 과연 일련의 침략전쟁 특히 2차대전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이웃 국가를 침공한 것에 대해서 진심으로 반성과 사죄의 뜻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일본의 재무장화에 대해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등 숱한 현안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잣대이기에 너무나 중요하다.

잊을만 하면 엄연한 대한민국의 영토인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억지주장을 펴는 심보의 이면에는 야스쿠니 신사참배와 같은 일본인의 정신을 지배하는 몹쓸 병의 본산이 있는 것이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발상으로 침략의 정당화를 지껄이는 그들의 망발에 총력으로 대처해야 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