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고장 불갑산은 9월의 반란이었다. 온산 가슴으로 토해내는 사랑의 꽃들, 무쇠 같은 사나이라도 한구절 사랑얘기 절절했으리라. 그 찬란한 사랑의 이야기들, 애틋함이거나 애절함이거나 모두가 살아나는 시어들이었겠지 하며 작품들을 보는 순간 전부가 문학소녀였고 문학소년이었다.
이렇게 되도록 이끌어 낸 상사화 인터넷 백일장은 그 멋과 의미가 있었으며 작품 또한 누구에게 상을 줘도 손색이 없는 글들이었다.
프로가 아닌 이상 이 정도의 시심을 펼쳤다면 대회의 성과는 자랑할 만하다. 그러나 모든 대회가 그러듯이 내가 상을 타야 만족하지 않겠는가. 궂이 우열을 가려야 하기 때문에 과정을 거치고 보니 못내 씁쓸한 맛이다.
상사화에 대한 막연한 관념이나 식상된 언어들을 조합해 놓은 작품도 간혹 있었지만 신선한 작품들 또한 많았다는 이야기다. <이룰 수 없는 사랑>에만 초점을 맞추려다 보니 글이 신선감을 잃었다는 말도 해드리고 싶다.
어떤 작품은 가족과의 화목한 이야기를 상사화를 통해서 풀어내는 기교가 돋보이기도 했다. 억지로 꾸며대는 이야기가 아니고 사실적이면서 진솔한 마음이 엿보여 상의 윗자리에 내놓아 봤다.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이 백일장에 큰 기대를 걸며 상을 받지 못하신 분들께 아쉬움을 전한다.
공고전 대상 / 김재준<영광읍 무령리>
상사화 꽃이 준 귀한 선물
상사화하면 대개 사랑하지만 결코 만나서는 사랑을 이룰 수 없는 연인의 슬프고도 애달은 이야기를 떠올리지만 나와 아들에게 있어서 이번 가을의 상사화는 말로는 다 표현하지 못할 부자간의 끈끈한 정을 새롭게 돌아볼 수 있는 참 따스하고도 정겨운 추억을 안겨 주었다.
얼마후면 군에 입대하게 될 아들과 좀 더 시간을 보내고 싶은 욕심에 근무지인 영광에서 함께 숙식을 하면서 아침이면 나는 근무지로 아들은 도서관으로 그렇게 두 달여를 보내다가 그 날은 퇴근 후 나주 집에 가는 길에 아들과 함께 영광 불갑산을 찾은 것이었다.
아비의 키보다 한 뼘쯤 더 큰 두툼한 아들의 손목을 잡고 걷는 길은 든든하고 충만한 기분에 세상이 온통 내 것인양 느껴졌고 행복하고 든든해서 무엇 하나 부러울 것이 없었다.
9월 중순의 퇴근길은 아직 무더웠다. 불갑산의 상사화 꽃대는 이제 막 고개를 내밀고 있었고 군락지에는 몇몇 송이의 상사화 꽃이 붉게 피어나고 있었다. 불갑산으로 가는 길에는 수많은 꽃들이 내일의 빠알간 꿈으로 수줍게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부모에게 그저 순종하는 것을 최대의 덕목으로 생각하여 부모가 마음 아프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주는 믿음직한 아들이었지만 어릴 때부터 좀체 말이 없는 녀석이었다. 자신의 좋고 나쁜 감정을 전혀 표현하지 않고 부모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씩 한번 웃어주고 묵묵히 그 일을 수행해주는 그런 녀석이었는데 그 날은 달랐다.
아직 한 두송이 드믄드믄 피어난 꽃길을 내달리며 간간이 상사화 꽃을 살피면서 “너무 이쁘다. 너무 곱다”를 연발하며 감탄을 하는 아들 모습은 아비가 보기에도 전혀 새로운 모습이었다.
사진찍는 것을 좋아하는 아비가 사진기라도 들이대면 질색을 하고 달아나던 아들이었는데 그날은 붉은 상사화 꽃에 마음이 너그러워졌었는가 보다.
이곳저곳을 배경으로 아비가 함께 찍자는 사진마다 V자를 그리며 환히 웃는 모습으로 아비
의 가슴에 고개를 파묻는다던지 목을 휘감는다던지 하면서 촬영에 응해 주어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마치 너댓살 먹은 아이처럼 잠자리와 함께 빙빙 돌면서 저만치에서 웃는 아들의 모습을 보면서 “저 녀석이 왜 저러나”하면서 문득 마음속에 뜨겁게 치밀어 오르는 것이 있었다.
아들 역시 며칠 후면 입대할 것을 마음에 두고 최대한 아비와 가슴을 맞대고 밝고 건강한 모습을 보여 주려고 노력하고 있구나 싶었다. 가슴에선 벌써 뜨거운 것이 훅하니 치밀어 오르고 있었다.
맞잡은 손으로 상사화 꽃길을 걸으면서 아들과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던것 같다.
참으로 착하고 신실한 아들이었지만 “담배를 입에 대서는 안된다. 술을 가까이 하지 말라. 군에서는 절대 복종이다. 몸가짐을 단정히 하고….” 보름후면 군에 보내야 할 아비의 뜨거운 마음은 간절했고 그랬기에 참 많은 이야기를 했던것 같은데 아들을 그저 “예” “예” 하면서 아비의 이야기를 마음을 다해 성심으로 들어 주어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불갑사 앞에서 돌아오는 길에 아들은 제 엄마 생각이 났나보다. 꽃이 다 필 즈음에 엄마랑 한번 다시 오고 싶다고 해서 나를 놀라게 했다. 입도 무거운 녀석이지만 궁둥이 또한 무겁기 짝이 없는 녀석이 대자연이 주는 고즈넉한 분위기에 취했을까? 아니면 며칠후면 온 천지를 붉게 물들일 아름다운 붉은꽃 상사화를 다시 보고 싶어서였을까?
아들 손잡고 어디든 가고 싶은것이 제일 큰 소원인 제 엄마는 상사화 꽃이 아들의 무딘 마음을 갈아엎었다고 기뻐하였다.
감성적이어서 가을이면 남자보다 더 시름시름 가을을 타는 아내는 군에 보내야 할 아들 생각에 매사에 더더욱 예민해 보였는데 1주일후 아들과 함께 만개하여 붉게 타는 불갑산의 상사화를 찾은 후 얼마나 행복해 했는지 모른다.
아름다운 대자연과 꽃이 주는 위로와 위안이 그렇게 큰 것임을 새삼 깨달은 것이다. 사실 아내는 아들의 군대를 앞두고 꽃보직이라는 이른바 사회 최고지도층 자녀들의 병역 이야기에 굉장히 예민해져 있었던 것이다.
누구 새끼는 돈이 많아서 위로 빠지고 누구 자식은 권력이 많아서 아래로 빠지고 돈도 권력도 없는 내 새끼만 가는 군대라면 너무나 불공평한 세상 아니냐며 누구인지도 모를 대상들에게 분노가 극에 달해 있었던 것이다.
남편인 내가 옆에 가기도 무섭도록 찬바람이 쌩쌩 돌았었는데 아들과 하루 상사화꽃길을 걷고 뛰면서 무슨 좋은 일이 그리 많았는지 많이도 넉넉해져 있었다. 말없는 치유의 힘을 나는 믿는다.
나 역시 아들을 보면서 남들처럼 아비 노릇을 다해주지 못한 것은 아닐까라는 조바심에 때때로 미안하고 죄책감이 없지 않았다. 남들 다가는 어학연수도 외국유학도 마음뿐이었고 아비는 늘 가난했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들과의 하루 그 꽃길 상사화 꽃길을 걸으면서 나의 내면 깊숙이에서 일어났었던 그 평안함의 실체를 경험한 뒤인지라 아내의 밝아진 모습이 무엇 때문인지 잘은 모르나 어렴풋이 느껴지는 것이 있다.
9월30일 논산 훈련소에 입대 하던 날 아내는 평소처럼 밝게 아들을 포옹하며 잘 다녀오라고 했고 아들 역시 제 엄마를 안아주면서 조금의 두려움도 없이 아주 평안한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
최소한 아들이 군에 가면 울고불고 난리가 나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다행스러움을 느꼈고 문득 올 가을 상사화 꽃 여행이 우리 가정에 많은 것을 주었구나 싶은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슬픈 사랑의 이야기만으로 기억되고 회자되는 상사화꽃 이야기를 할 때 나는 어쩐지 밝게 웃던 내 아들의 얼굴이 먼저 떠오를것 같고 이제 상사화 꽃이 위로와 평안과 감사와 희망을 주는 꽃이라고도 말하기에 주저함이 없을것 같다.
올 가을 이 귀한 선물을 허락한 상사화를 어쩐지 오래 오래 사랑하게 될 것 같은 아름다운 예감이 든다.
공모전 금상 / 김철중<순천시 저전동>
불갑산 꽃무릇
해마다 이맘때면
사랑의 허물 벗으려 너에게
버선발로 달려가노니
기다림에 지친 넌,
핏빛 낭자한 그리움들을
동백골에 토해 내고 있었구나
숱한 눈보라의 세월 속에
은장도 같았던 너의 단심
오늘따라 초가을 물빛만큼이나 싸늘한데,
해풍에 저려 간기어린 그리움들
우리 서로 만나지 못해도
마음만 있다면 사랑은 영원하리라고
불갑산 연리지 한 쌍
하트모양 몸짓 보여주며
칠산 앞바다 고운 놀 바라보고 서있네.
*연리지 : 서로 다른 나무의 가지가 맞닿아서 결이 통한 것. 사이가 화목한 부부 또는 남녀를 가리키는 말.
공모전 은상 / 백현우<영광읍 무령리>
문득
길을 걷다 문득 생각이 나
자리에 멈추어 섰다
밥을 먹다 문득 생각이 나
먹기를 멈추었다
잠을 자다 문득 생각이 나
잠에서 깨버렸다
또 다시 길을 걷다 문득 생각이 나
자리에 멈추어 섰다
자리에 서서 하늘을 바라본다
떠난 네 모습이 하늘에 그려져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원망스럽다
요즘 자리에 멈추어 서서
하늘을 보는 일이 잦아졌다
공모전 은상 / 전근옥<목포시 산정동>
T상사화
흐르는 시간을 돌고 도는
인고의 기다림
가슴으로 삭히며
붉은 웃음 환하게 터뜨린
너를 만난다.
무엇이 그리 급했는지
잎새도 내밀기 전
꽃으로 먼저 인사하는
그 속에 숨겨진
너의 마음을 엿본다.
금방이라도 묻어날 것 같은
붉은 빛 미소 속에
시간의 경계 뛰어 넘는
태고의 비밀을
속으로 간직한 채
오늘도 나를 불러 세우는
너를 만난다.
언제나 속마음
깊이 감추고
함부로 드러내지 않는
미소 속에 담긴
너를 볼 때마다 나는
가슴 깊은 곳에
흉터로 남아 있는
얼굴 하나를 꺼낸다.
뜨거운 가슴 흔드는
추억이 되어
오늘도 진홍빛 그리움을
꽃으로 화답하는
네 이름 속에서
지워도 다시 돋아나는
잊지 못할 첫사랑의
이름을 발견한다.
공모전 동상 / 유재옥<영광읍 도동리>
기다림에 지쳐, 활짝 만개한 꽃, 상사화여!
인간의 여정, 생로병사라 했거늘
대 자연의 모든 동·식물들도
그러하거늘
왜 인간들은 서로 다투고, 싸우며
못 잡아 먹어, 안달을 하는 건지
아무리 세상이
약육강식 소굴이라 한들
만물의 영장, 인간이
사고할 줄 알고
이성을 가진자의 몸가짐이
너무나 아쉽다.
꽃대가 홀로 솟아 나와
잎이 나올줄 알고
한없는 기다림에 지쳐, 울부짖다가
몸부림속에 꽃을 피우는 상사화여!
그 얼마나 보고 싶을까?
포근하게 감싸주는 날개가
정말 그리움이란
정녕 홀로만의 생각일까?
상사화란 화초도 그러할진데
인간의 사모하는 마음은
어떻게 표출해야 될건지
중년의 기로에 선 나로서는
먼저 하늘나라로 가신
어버이만 생각이 나며
하염없이 눈물만 적신다.
또 하나 더 있다면
백년해로를 앞두고
멈추어 버린 그 님이
어떤 모습으로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몹시도 그립다.
알고 있으면서도
다가 가지 못하는 심정은
상사화처럼 처연하구나.
상사화여!
님이시여!
그립구나.
만나고 싶구나.
동상 / 진재수<순천시 인제동>
석산石蒜
존재하지 않는다면
사랑할 일도 없고요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리워할 일도 없고요
존재하지 않는다면
아픈 가슴도 없겠지요.
이렇게 사랑하는데
이렇게 그리워하는데
떠나려면 다가오고
다가가면 떠나가고
당신과 나는 자꾸만
어긋나기만 하는 걸까요.
뒤늦을 걸 자책해도
이제는 어쩔 수 없어
애타는 마음만 남아
그리움은 꽃대로 솟고
사랑은 붉은 꽃으로 피어
온 산천을 물들이고 있어요.
공모전 / 이경주<영광읍 단주리>
동상 / 이룰수 없는 사랑
언제나
눈물이 맺힙니다
나도 모르게
언제나
기도를 합니다
두손모아
언제나
타들어갑니다
내 마음이
언제나
제자리입니다
돌아올까봐
가끔은
미소도 짓습니다
추억을 그리며
공모전 동상 / 이종탁<광주시 남구>
슬픈 꽃은 상사화
그대를 너무나 사랑한 내 사연이다.
그는 나를 버리고 속세를 떠난 사람이다.
불가를 원망해도 소용이 없었다.
중생 구제한다고 천생의 인연까지 끊어버렸다.
사랑의 그대를 어찌하면 잊을 수가 있을까
미치도록 못 잊는
내 마음마저 울고 있다.
식음마저 전폐한 세월은 점점 길어지고
눈을 감아도 오직 내 사랑뿐이고
눈을 떠도 그대만이 내 사랑이다.
나는 시름시름 상사병에 걸린 존재이다.
이제 마지막 작성한 유언장을 남기고
이승을 등지며 저승사자를 따라간다.
탁발한 자세로 염불할 그대 도량에
나의 간절한 유언은
기도의 보은이고
불갑산 고찰의 산사를 바라보며
나의 혼은 윤회한 가을 상사화가 되었다.
동상 / 오영록<영광읍 도동리>
당신을 사랑해…라구요
그대여 나의 이야기를 그대 향해 예쁘게 속삭인다면
나비처럼 사뿐히 그댈 안아줄래요
그댈 처음보다 많이 그리워 하며 떨리는 마음으로
사랑을 그려버렸는데 이 마음 어떻케 그려야 더 예쁘게 아름다워 지나요
두근 두근 내 마음은 설레임뿐인데…그댄 이런 날 어떻케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
우리 서로에게 싱그러운 풀꽃처럼 예쁘게 미소 띄우며 가까이 다가 간다면
그댄 얼마만큼 날 그리워 하며 그대 가슴에 꼬옥하고 안아 줄래요
나 그댈 생각하며 그대 얼굴 떠올릴때면 자꾸만 그대 보고픈 마음에
그댈 얼굴 어루만져 보구 싶은데 이럴땐 나 어떻케요
내 마음은 그대 곁으로 사랑을 찾아 나비처럼 사뿐히 안기고 싶어요
사랑의 향기가 내 가슴에서 상큼하게 적시워 버릴때면 떨림 이런말
이럴땐 정말 어떻케 사랑을 표현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대도 날 사랑한다고 말 했잖아요 언제나처럼 설레이구 떨린다고 고백했던말 기억하나요
순간 순간 그리움이 쌓여버린 채로 그대 향기에 취해 버릴때면 아름다운 사랑의 인사말로
행복하다고 서로에게 약속이나 한 것처럼 이렇케 사랑 고백하지 않았어요
사랑의 향기가 나의 가슴에서 심장을 울릴때면 내 가슴은 촉촉이 적시워
그댈 아주 많이 안아주고 감싸주며 달콤하게 사랑을 속삭여 버릴꺼예요
그대만의 예쁜 꽃이 되어 그대 품에 안길때엔
사랑은 예쁘게 바치는 노래 소리 한구절의 아름다운 향기로
상큼한 마음 설레임뿐이라고 나 이렇케 말하겠어요.
당신만을 사랑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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