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오고 짜릿한 암릉 매력적인 산
남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오고 짜릿한 암릉 매력적인 산
  • 영광21
  • 승인 2004.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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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야기 - 고흥 팔영산(608.6m)
팔영산(八影山 608.6m)은 전남 고흥군에 위치한 8개의 암봉이 그림처럼 이어진 남해의 명산이다. 바닷가에 솟아 다도해의 풍광을 감상하기에 둘도 없이 좋음은 물론 짜릿한 암릉의 맛마저 볼 수 있는 산이다.

팔영산은 봉우리가 여덟 개라서 산이름이 ‘八’자가 있는 것은 금방 어림하는데 그림자를 뜻하고 影자는 무엇을 의미할까? 봉이 여덟 개니 그림자도 여덟 개란 말인가. 아니라면 팔봉이 아니고 왜 팔영이란 말인가?

일설에 의하면 중국 위왕의 세숫대야에 이산이 나타났다고도 전해지고 다른 한편으로는 산그림자가 한양까지 드리워져 이렇게 이름지어졌다고 전하다. 그러나 그 무엇도 팔영의 의미를 납득할 만큼 풀어내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러면 이제 현실로 돌아와 팔영산의 그림자를 돌아보자. 산그림자는 해질녘이 가장 그로데스크 하다. 그 순간 산그늘은 바다로 내딛는다. 연꽃의 잎처럼 길게 늘어뜨리며 바다에 닿는 순간 어둠에 사그라져 버린다. 산이 바다를 그리워해 그림자로 분한 순간인가!

바다로 가고자했던 산의 꿈을 조금이나마 달래려고 이름마저 그림자로 지은것인지 산이 연출한 장관을 감상한 것으로도 감지덕지 하지만 팔영산의 이름에 얽힌 비밀은 그 물빛 맑은 남해바다마저 시원스레 답하지 않는다. 팔영산은 암릉산행 대상지다.

그러나 이미 위험한 곳마다 철계단과 쇠줄이 설치돼 있어 바위를 타는 전문 산꾼이 아니더라도 쉽게 오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지금은 가족산행을 위해 팔영산을 찾는 가족이 무척 늘었다고 한다. 팔영산을 찾아오는 길은 고흥반도에 들어서서 과역을 지나자마자 좌회전해 팔영산 아래의 ‘능기사’에 도착한다.

아름다운 고찰에서 풍기는 향기가 골짜기 가득히 넘쳐나고 절 담장을 따라 자란 벚나무는 희디흰 꽃잎을 휘날리고 있으며 경내의 동백나무 아래로 떨어진 동백꽃잎으로 온통 붉은 그늘이다.

능기사 샘터에서 수통을 채우고 대나무가 빼곡이 들어선 숲을 지나 산길로 들어선다. 신록이 가득한 팔영의 그늘속을 씩씩하게 걷노라면 바윗길이 시작되면서 계곡길은 끝나고 물소리가 조용해질 무렵 바위벽에는 흔들바위라는 문구가 쓰여져 있는 마당바위에 도착한다.

산행에 동참했던 꼬마녀석 “아저씨 왜 흔들바위야! 이거 밀면 흔들려?”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질문에 대답이라도 하듯 모두 달려들어 밀었다. 두 번 세 번 힘을 쓰고 밀어도 꿈쩍도 하지 않자 꼬마녀석 눈치를 챘는지 “에이 이거 흔들바위 아니네” 하며 뒤로 물러난다. “아니야 힘이 모자라서 그래” 하며 모두들 모여 다시 한번 밀어보지만….

속았다는 듯이 웃음으로 휴식을 대신하고 능선길로 올라선다. 능선위 나무들 사이로 남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제1봉에 오르기 전 맛보기로 조그마한 암봉이 나타난 것이다. 제1봉까지는 암벽의 길이가 꽤 길어 우회하기로 했다. 1봉과 그 봉사이는 가깝다. 그봉에 올라서니 사방의 조망이 시원하게 터진다.

이런곳에서 가족사진 한 장 남기고 싶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그럼 팔영산의 각 봉우리의 명패는 제1봉은 수영봉 제2봉은 성주봉 제3봉은 생황봉 제4봉은 사자봉 제5봉 오로봉 제6봉 두류봉 제7봉 칠성봉 제8봉 적취봉으로 새겨져 있다. 1997년 12월부터 98년 1월까지 한달에 걸쳐 공사를 벌였다는데 여덟 개나 되는 돌을 옮기는 일이 가장 힘든 일이었다고 한다.

팔영산 찾아가는 길
벌교에서 15번과 27번 공용국도가 남하하는 고흥방면으로 들어선다. 과역을 통과해 2km 정도 가면 855번 지방도로를 만나 이곳에서 좌회전하면 능기사 방면으로 진입한다. 팔영산이라고 쓰여진 이정표가 있어 여기서부터는 어렵지 않다. 팔영산 산행은 능기사를 시작 흔들바위 1봉에서 8봉을 거쳐 자연휴양림으로 하산해도 4시간이면 넉넉하다.

김종일 / 서해산악회 직전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