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군 연평균 40억원 피해 특별법 제정·자구책 등 병행해야
특별기고 / 영광축협 구희우 조합장 2010년 구제역 파동에 이어 지난 22일 국회 비준안을 통과한 한미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해 축산농가에 다시 한번 시름이 깊어졌다.
이번 한미자유무역협정 체결로 인해 피해가 집중되는 부문은 농축산 분야로 앞으로 미국산 쇠고기는 향후 15년간 40% 관세가 단계적으로 없어지고 돼지고기(냉동)는 25% 관세가 오는 2016년 1월 철폐된다.
현재 쇠고기 수입의 경우 1년전의 21만492t보다 20.3% 늘어난 25만3,132t에 이르고 있으며 이중 미국산은 지난해 7만8,129t에서 올해 9만4,384t으로 20.8% 증가했다. 돼지고기의 경우에는 32만9,743t을 수입하고 있으며 이중 미국산은 12만9,975t이다. 지난해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난 양이다.
육류수입량이 크게 늘어난 데에는 지난 겨울 구제역 여파로 정부가 무관세를 적용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육류수입 물량을 보면 미국에 이어 캐나다가 많고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 유럽산도 수입량이 크게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산 육류수입에 대한 관세가 점차 철폐되고 여기에 수입산 육류의 가격과 마케팅 공세가 이어지면 우리 축산농가가 설 땅은 더욱 좁아지게 된다.
또한 앞으로 호주와 FTA가 체결되면 최악의 경우 우리나라 축산업이 고사되는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지난해 체결된 한·EU FTA 이후 유럽산 삼겹살 판매액이 두배 이상 증가한 바 있다. 향후 한미FTA가 발효돼 미국산 육류가 본격적으로 밀려들어오기 시작한다면 매출은 이보다 훨씬 더 늘어날 것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의 보고에 따르면 향후 15년 동안 축산분야 예상 피해액은 7조2,993억원에 이른다. 그리고 양돈협회는 값싼 미국산 돼지고기가 밀려들면 전국 양돈농가의 30%인 2,200개 농가가 폐업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미자유무역협정 체결로 인해 전남의 향후 생산량 감소는 전국의 15%인 연평균 700억원 그리고 영광군은 전남의 5.8%인 연평균 40억원의 생산량 감소피해를 입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축산의 피해가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축산농가에 대한 현실적 보존금은 미비
수입육류로 인해 우리 축산업이 이렇게 일방적으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기업화 대량생산에 밀려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농축산 다국적기업 ‘카길’의 경우 전세계 곡물시장의 75%를 점유하면서 수입쇠고기 시장에서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종자 개발에서 곡물생산 그리고 생산한 곡물로 사료를 만들어 소와 돼지를 키우며 전세계 식품분야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러한 저가 대량수입 육류와의 경쟁에서 우리나라 축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과 더불어 축산농가의 자구책 마련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정부는 현재 농어업분야 피해대책으로 향후 22조원의 예산을 책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농민들이 직접 수령할 수 있는 금액은 1조3,000억원에 불과하며 대부분의 예산은 시설현대화, 연구개발지원에 역점을 두고 있다.
현재 축산농가에 대한 피해를 보존하고 국산육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먼저 특별법 제정이다. 한미FTA로 인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축산농가에 대해 FTA 수혜기업에서 재원을 마련해 축산업에 재투자를 하자는 것이다. 이는 축산을 소생시키자는 것뿐만 아니라 농어촌 공동화를 방지하자는 취지이기도 하다.
둘째, 축산물 종합 유통센터 건립이다.
산지에 도축에서 가공상품화까지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을 설립해 육류제품을 규격화하고 물류비를 절감, 가격 경쟁력과 소비자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다.
셋째, 배합사료 가격 안정이다.
축산농가의 가장 큰 지출은 사료에 있다. 이를 정부가 일정기금을 조성해 안정시키면 축산농가는 좀 더 계획적으로 축산에 임할 수 있고 나아가 국내 육류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밖에 구제역 백신비용 전액 국가부담, 암소 도태장려금 지원에 대한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와 아울러 축산을 포함한 농어촌지역의 주거환경개선, 교육 및 의료환경개선을 통한 농어촌인구 이탈방지도 정부가 주목해야 할 부문일 것이다.
축산농가 자구책도 병행돼야
정부 차원에서 이런 지원이 원활하게 이뤄진다면 축산농가 차원에서도 적극적인 자구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축산물의 브랜드화다. 한우의 경우 전국적으로 수십개의 브랜드가 있고 전남 지역에서는 함평 천지한우, 담양대숲맑은한우, 영암매력한우, 지리산순환한우·녹색한우 등 5개 브랜드가 있으며 영광군에는 청보리를 먹인 영광청보리한우가 타 브랜드에 못지않게 명성을 알려나가고 있다.
한우 브랜드화로 인한 매출 증가는 이미 전국적으로 충분히 확인됐기 때문에 향후 전남도와 협력해 브랜드사업에 참여, 사료를 통일하고 사양관리를 일원화한다면 소비자들의 신뢰를 더욱 높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 농가 자체적으로 축사환경을 개선해 밀집사육을 방지하고 전염병을 예방한다면 생산성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으로 높여 우리 축산물의 경쟁력을 한층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영광군은 청보리라는 조사료 생산기반이 확충돼 있어 타 시군에 비해 월등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FTA를 극복하는 한가지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한미FTA는 이제 피할 수 없는 일이 됐다. 미국을 비롯해 캐나다 유럽 등 여러 나라의 축산물이 더 많이, 더 싸게 밀려들 것이다. 우리 축산업이 이에 지지 않고 경쟁하기 위해서는 대대적이고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
우리 축산 농가는 과거 한·칠레FTA, 우루과이라운드, 한·EU FTA를 겪으면서 많은 시련을 안고 살아왔다. 그리고 이때마다 축산농가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이 이뤄졌지만 오늘날의 축산현실은 그리 낙관적이지 못하다.
그렇다고해서 비관하며 주저 않아 있을 수만은 없다. 과거에 그랬듯이 축산인들은 지혜롭게 대처하며 어떤 어려움도 극복해 왔다. 고품질·차별화를 통한 돌파구는 축산인들의 희망이며 필수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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