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의 달에 걱정하는 또 다른 역사의 상실
광복의 달에 걱정하는 또 다른 역사의 상실
  • 영광21
  • 승인 2004.08.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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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 59돌 특별기고 - 국회의원 이낙연<민주당 원내대표>
‘고구려사 왜곡’ 등을 추진중인 중국 사회과학원의 ‘동북공정’은 중국 외교부의 설명과는 달리 후진타오(胡金濤) 중국 국가주석 등 중국 최고위층의 승인과 비준 아래 추진중인 것이 밝혀졌다.

이런 시점에 민주당 원내대표인 이낙연 국회의원(영광·함평)이 8·15 해방 59돌을 맞아 보내온 기고문을 통해 “동북공정의 본질적 배경은 중국의 패권주의”라고 지적하며 “온 국민의 역량을 모아 총력 대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의원은 이와 관련 “역사를 지키려는 결의에 찬 궐기가 있어야 하지만 불행하게도 우리의 대응은 무력하다”며 “우리사회는 불필요하게 양산된 복잡다단한 내부갈등 때문에 민족과 역사를 향한 순수열정을 잃어가고 있어 국민과 권력이 통렬하게 반성해야 마땅하다”고 통탄했다. 다음은 이 의원이 8·15 59돌을 앞두고 본지에 기고한 <광복의 달에 걱정하는 또 다른 역사의 상실> 전문이다. / 편집자 주


8월은 광복의 달이다. 광복은 일본 제국주의로부터의 해방이다. 8월이면 우리는 일제에 나라를 빼앗겼다 되찾은 일을 생각한다. 역사의 상실과 회복이다. 그러나 올해 8월 우리는 또 다른 역사의 상실을 걱정하고 있다. 중국이 고구려사를 자기네 역사의 일부로 편입하려 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고구려 유적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면서 그들의 의도를 노골화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고구려는 중국의 지방정부”라고 일제히 주장했다. 중국 외교부는 홈페이지 한국역사 소개란에서 고구려사를 삭제했다.

한국이 이것을 문제삼자 외교부 홈페이지는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전의 한국역사를 통째로 빼버렸다. 일본역사에 대해서도 비슷한 조치를 취했다. 한국 외교부 아태국장이 항의하며 복원을 요구했으나 중국은 거부했다.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은 외교부 홈페이지로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역사교과서 왜곡으로 이어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정부는 일부 교과서의 고구려사 왜곡을 조장했고 일선 학교들에 대해 고구려사를 자국사로 가르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이런 일은 오래전부터 준비됐다. 중국이 2002년부터 2006년까지 5년동안 3조원을 들여 진행하는 ‘동북공정(東北工程)’이 그것이다. 동북공정이라는 이름의 고구려사 편입 프로젝트는 2002년에 구체화됐지만 실제로는 1960년대부터 은밀하게 추진돼왔다고 한다.

중국은 왜 이런 짓에 집착하는가. 먼 훗날 통일한국과 중국이 연변 등 동북지방을 놓고 영토분쟁을 벌일지도 모른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동북지방 동포사회와 한국의 교류가 활발해지고 탈북자들도 동북지방에 대거 숨어들며 한국에서 조선족에게 동포의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움직임이 나오는 것 등등이 그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본질적인 배경은 중국의 패권주의일 것이다. 중국 주변의 작은 민족들이 역사적으로 어떤 운명을 겪어왔는지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그 패권주의가 역사패권주의로 나타나는 것 같다.

대국답지 못하다. 이웃나라들과의 역사나 왜곡하면서 어떻게 세계지도국가가 될 수 있겠는가. 일본이 남경(南京)대학살을 부인할 때마다 중국이 일본을 향해 했던 말도 바로 그것 아닌가. 역사는 역사대로 인정해야, 다른 나라의 존경을 받는 지도국가가 될 수 있는 것 아닌가.

우리가 단단히 각오해야 한다. 중국의 의도대로 가면, 우리의 반만년 역사 중에서 3천년 가량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상상하기도 싫은 참사가 아닐 수 없다. 온 국민의 역량을 모아 총력 대처해야 옳다. 역사를 지키려는 결의에 찬 궐기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의 대응은 무력하다. 우리사회는 불필요하게 양산된 복잡다단한 내부갈등 때문에 민족과 역사를 향한 순수열정을 잃어가고 있다. 이것은 국민과 권력이 통렬하게 반성해야 마땅하다.

정부는 이번 일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에 대해서조차 오락가락하는 것 같다. 대통령이 지시한 한중일 역사의 연구는 필요하다. 그러나 발등에 불이 떨어졌으면 그것부터 꺼야 한다. 국내·외의 전문가들을 총동원해 고구려사가 한민족의 역사임을 세계여론을 향해 분명히 지속적으로 알려야 한다.

북한을 포함한 국제연대를 통해 중국의 비뚤어진 역사패권주의를 바로잡아야 한다. 학술적 접근은 불가결하다. 그러나 그것으로 충분하지는 않다. 정치적 외교적 접근을 병행해야 한다. 그것도 최대한 강력히 병행해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그런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그런 전략을 세우지 못한다면 국회가 나서야 한다. 정치적 외교적 접근의 기본도 국내·외 여론이다. 최근 우리사회의 내부갈등과 순수열정의 상실이 그런 의미에서 더욱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