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야기 63 - 순천 조계산(884.3m)
조계산은 순천시 승주읍과 송광면에 걸쳐있는 장산(壯山)이다. 또 조계산은 여성적인 산으로도 통한다. 찌를 듯 솟은 바위나 꿈틀거리는 능선은 없지만 그윽한 계곡을 가지고 있어 조계산은 들어가 안기고 싶은 여성미 넘치는 산으로 명성이 높다. 또한 물흐름처럼 끊어질 듯 이어지는 연속성에 있어 어느 한 부분을 떼어내어서는 그 맛을 잃게 한다. 때문에 조계산은 푸른빛의 바다위를 돛단배 타고 미끄러지듯 보고 느껴야 한다. 1979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조계산의 높이는 비교적 낮은 편이지만 이 만한 높이로 이만큼 어깨가 벌어진 산도 드물다. 조계산은 이 산을 동서로 가르며 남쪽 조계산골로 흐르는 장발골을 사이에 두고 동쪽 산을 조계산(주봉 장군봉·884.3m) 서쪽으로 직선거리 1.5km 떨어져 솟은 산을 송광산(주봉 연산봉·851m)이라 부르고 있으나 국립지리원 지형도에는 이를 모두 조계산이라 하고 장군봉을 주봉으로 표시하고 있다.
불교 양종파의 큰 사찰 안고있어
조계산은 이러한 자연 지리적인 대천에 불교 '선종'과 '교종' 양 종파의 큰 사찰이 문화적인 대청까지 보이고 있어 흥미로움을 더해준다. 산자락이 부드러우면서도 품이 넓어 작으면서도 장산으로 통하는 조계산은 호남정맥의 기운을 이어 받고 있다.
남으로 뻗어내린 호남정맥이 조계산 주봉인 장군봉에 이르기전 865m봉에서 서쪽으로 가지를 뻗어 연산봉을 거쳐 786.6m봉으로 활개를 펴들고 서는 사이사이에 장발골 피아골 보조암골 같은 골짜기를 흘리고 주맥은 다시 주봉 아래로 뻗어내려 664m봉과 깃대봉(640m) 사이에 선암굴목치(620m)를 드리워 송광사와 선암사를 잇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
조계산은 사실 산 자체보다는 그 안에 자리잡고 있는 사찰로서 더욱 유명하다. 불법승 삼보사찰 가운데 하나인 승보사찰 송광사와 태고종 본찰 선암사가 품안에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연산봉 서쪽 산기슭에 들어서 있는 송광사는 신라말 자그마한 사찰인 길상사로 개창됐다고 전해지고 있다. 신라말 50여년 동안 폐허가 됐으나 고려때 ‘교선합일’을 주창하고 ‘구산선문’을 조계종으로 통합한 보조국사 지눌(1158∼1210년)이 이곳에 ‘정해사’를 세운 다음부터 180여년 동안 16명의 국사를 배출했을 만큼 명성이 높아졌다. 이런 연유로 송광사가 승보사찰로 불리게 된 것이다.
승보사찰의 면모갖춘 송광사
송광사의 본명은 ‘수선사’였다. ‘수선사’라는 이름을 송광사로 사찰명이 바뀐 이 사찰은 예전에는 비오는 날에도 비 한방울 맞지 않고 걸어다닐 수 있을 만큼 처마를 맞대고 지은 당우가 많았으나 6·25때 화재로 옛 당우들이 많이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송광사는 대개의 사찰들이 법당 주위에 명부전 칠성각 같은 당우를 두는 대신 대웅전 뒤로 수선사 설법전등 큰 선원들이 자리잡고 있고 외국승려들이 공부하는 국제선원과 승과대학을 운영하는 등 승보사찰다운 면모를 지금도 잃지 않고 있다.
태고종이 남방 거찰 역할을 해 온 선암사는 절 기록에 의하면 백제 성왕 7년(529년) 아도화상이 비로암이라는 이름으로 개찰했다고 하나 증빙이 없고 신라말 도선국사(827∼898년)가 지금 이름으로 중창할 때의 흔적인 삼인당(전남기념물 제46호) 각황전(전남문화제자료 제177호) 직인통(전남유형문화제 제21호) 등의 당우가 몇 군데 남아 있다.
절 앞의 삼인당 연못은 불교의 ‘제행무상인’‘제법무아인’‘열반적정인’의 법인을 뜻하는 것으로 길쭉한 알모양을 이루고 있는데 도선대사의 비보설에 의해 축소된 것이라 전한다.
선암사는 대각국사 의천(1055∼1101년)과도 연관이 깊다. 고려 문종의 왕자로 태어나 맏형이 순종이요 중형이 선종이었지만 그는 일찍이 출가해 송나라에서 수학하고 돌아와서는 신라말 5교9산을 교선합일로 이끌어 천태종을 개창했고 선암사가 천태종의 남방중심사찰로 크게 중창하게 됐다고 전한다. 전라남도는 송광사와 선암사 그리고 조계산을 합쳐서 사적 및 명승 제8호로 지정했다.
코스가이드
▶ 송광사∼홍골∼송광굴목치∼장안마을∼선암굴목치∼선암사 6.6km 약4시간.
▶ 조계산 완주를 원한다면 넉넉잡아 7시간은 잡아야 한다. 선암사에서 조계산 장군봉을 거쳐 연산봉을 지나 송광사에 들렸다가 굴목지재로 되돌아오는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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