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 박찬석 / 본지편집인
지난 10년동안 초미의 관심사가 되어온 로스쿨제도의 시행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가면서 최근 사법개혁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와 더불어 주요 대학들 사이에서 로스쿨 유치를 위한 사활을 건 물밑 경쟁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법학교수들의 숫자를 늘려 법학부의 외형을 키우려는 노력이 매우 치열하다고 한다.이런 와중에 일각에서는 로스쿨의 전체정원이 몇 명이라느니 로스쿨로 전환될 법학부의 숫자는 몇 개라느니 하는 성급한 예상들이 나돌고 있다. 단언컨대 로스쿨을 둘러싼 이 루머의 소용돌이는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지금까지 사법연수원이 담당했던 법률가 양성기능을 이전받는 것이라면 주요 대학들이 출혈경쟁을 통해서라도 로스쿨 유치에 나서게 될 것은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성급한 예상들 중의 압권은 수도권의 6~7개 주요 대학들이 결과적으로 로스쿨을 독점하게 되리라는 시나리오다. 법학교수단의 규모와 사법시험 합격자 수 등을 근거로 이 이야기는 제법 그럴듯한 논리인 것처럼 유포되고 있다. 하나 이런 시나리오는 합리적이지도 정의롭지도 않은 궤변 그 자체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로스쿨제도는 곧바로 사법개혁이 아니라 사법개악의 대명사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로스쿨로의 개혁은 한마디로 전문법학교육과 법률가 양성과정에 시장주의를 도입하겠다는 결단이다. 경제학적으로 말하면 현재의 고시제도가 안고 있는 ‘정부의 실패’를 로스쿨과 변호사자격시험제도를 통한 과감한 시장경쟁을 통해 극복하겠다는 선택이다. 따라서 이처럼 시장주의적인 개혁을 하겠다면서 정원제 사법시험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은 처음부터 눈 가리고 아웅 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제도를 기획하는 입장에서는, 그리고 국민의 사법적 후생을 생각하는 입장에서는 변호사 적정수에 관한 일종의 계획정원을 염두에 둘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계획에서 그쳐야 하며 변호사의 숫자와 로스쿨의 숫자는 기본적으로 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을 통해 결정되도록 해야 한다. 정부의 역할은 일단 사법서비스의 소비자인 시민사회 경제단체 노동계 등의 중지를 모아 변호사의 자격기준과 로스쿨의 인가요건을 합리적인 수준에서 마련하는 것에 집중되어야 옳다.
여기서 한가지 유의할 점은 시장주의적인 개혁이 ‘정부의 실패’ 대신 ‘시장의 실패’를 배태하는 결과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앞서의 시나리오가 질이 낮고 용렬한 까닭은 시장경쟁을 운운하면서 결과적으로 전문법학교육 및 법률가 양성과정에 일종의 게으른 독과점체제를 정당화해주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문제는 보다 정치적인 것이다. 로스쿨체제가 정착함과 동시에 우리 사회에서도 법률가정치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되리라는 것은 일반적인 예상이다. 따라서 그런 상황이 된다면 변호사를 양성한다는 것은 단지 가문이나 대학의 영광을 넘어 엄청난 정치적 의미를 가지게 될 것임에 틀림없다. 이런 차원에서 이미 자타가 공인하는 주요한 파워블록인 수도권의 주요 대학들만이 법률가 양성 권한을 독점하게 된다면 그 정치적 폐해는 가히 돌이킬 수 없는 수준이 되고 말 것이다.
지방분권화의 현실적인 의미는 모든 개혁을 지방에 사는 평범한 시민들의 입장에서 재검토하라는 것이다. 이들의 입장에서 볼 때 이 글이 염려하는 바와 같은 사법개혁은 하나마나다. 수도권의 로스쿨 독점을 막고 지방에서부터 전문법학교육의 혁신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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