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문화탐방을 다녀와서 ①

17일 새벽 2시! 이 미명의 신새벽에 기회의 땅 중화민국으로 여행을 떠나기 위해 우리 일행은 버스에 몸을 실었다. 새벽녘 공기를 가르며 질주하는 버스속에서 과연 중국이란 나라는 어떤 나라일까? 세계를 향해 용트림을 하고 있는 중국의 저력을 한시바삐 나의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영광에서 4시간을 달려 도착한 인천공항에서 2시간30분만에 중국 함양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일행들은 중국 공안들의 안내에 따라 체온을 재는 동안 1년전 전인류를 위협했던 사스의 공포를 새삼 확인하게 됐다. 국내·외를 비롯한 항공편을 이용하는 승객들에게 점점 까다로운 통과절차들이 국가간의 불신의 벽, 인류를 위협하는 질병들, 무수한 위험들이 세계곳곳에 잠재돼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하는 듯 했다.
일단 공항안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는데 음식이 너무나 입에 맞지 않아 손도 대지 못했다. 돌림판 유리식탁위에 주로 양고기볶음, 고추기름과 돼지고기를 기름에 절여 놓은 음식, 사발가득 진한 향의 면국수, 자스민차 등을 차려놓고 돌려가면서 개인접시에 덜어먹는 중국식부페라고 할 수 있을까?
드디어 중국땅덩어리! 그것도 진·한·당나라를 비롯해 수많은 나라들이 수도로 삼았고 중국의 역대 황제들이 탐을 냈던 서안성. 드넓은 대지위에 온갖 곡식과 지하자원이 풍부한 중국남부의 대표적인 고도 섬서성 주변의 역사적 발자취를 따라 이제부터 신발끈을 단단히 매고 4박5일동안 중국의 장안 견학을 시작했다.
중국의 역대 황제들이 탐낸 서안성
첫번째 방문한 곳은 한나라 경제와 왕후의 무덤인 양릉을 찾아갔다. 아직 발굴작업이 활발히 진행되지 않아 어린 초목들을 안고 있는 야산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산중턱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 하얀 오솔길이 곳곳에 나 있었고 입구 사당에는 우리나라 사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천왕들이 커다란 눈을 부릅뜨고 이국에서 찾아온 우리들을 반기고 있었다.
과연 산처럼 만든 무덤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마음속 궁금증은 몇분후 섬서성(서안성)역사박물관을 견학하면서 자연히 풀리게 됐다. 박물관 소장품들은 춘추전국시대를 비롯한 고대의 유물들과 더불어 왕들의 무덤속에서 발굴된 것들이 많았는데 생전에 왕들이 누리는 특권만큼 그 규모와 웅장함이 비례한다고 했다.
중국의 섬서성은 실크로드의 출발점으로 일찍이 서역과 문물교환이 이뤄지고 신라시대 사신도 왕래했음을 벽화를 통해 알게 한다. 당삼채 즉 백색 녹색 갈색을 배합해 만든 여러가지 동물과 그릇들, 아기자기한 소품 등 여러 고품들이 전시돼 있다. 당나라 시절 복식 또한 삼국시대의 의복과 흡사함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미녀 양귀비 자주 목욕햇던 해당탕
오늘의 관람은 두곳으로 만족하고 서안시내 종루호텔에서 여장을 풀었다. 오늘 하루 구경한 것만으론 중국을 느끼기엔 미진하지만 다음날 일정이 너무나 기대된다. 만리장성 아방궁 분서갱유 등 우리에게 친숙한 역사적 언어들을 만들어낸 진시황의 무덤, 당현종과 양귀비의 로맨스가 살아있는 화청지를 방문한다고 하니 여인으로서 가슴떨리지 않을 수 있겠나. 기백이 넘치는 호방한 진시황과 세기적 미녀 양귀비를 만난다고 가슴이 어찌 설레이지 않겠는가.
중국의 아침은 청명했다. 여름은 찌는 듯한 맹렬한 더위와 끈적끈적한 습한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고 했는데 우리 일행들에게 복을 듬뿍 주는 것인지 기분좋은 날씨가 계속되었다. 화청한 기분을 안고 화청지에 도착하니 아니나 다를까 동양의 대표적인 미색 양귀비를 만나기 위해 동·서양사람들로 넘쳐나고 있다.
화청지는 본래 여산기슭의 온천물로 양귀비가 목욕했던 곳을 해당탕이라 칭했다 한다. 원래 해당탕은 양귀비의 암내가 심해 목욕을 빈번하게 하였는데 온천탕에서 목욕하고 나오는 모습이 흡사 해당화 같다하여 이름지어진 것이라 한다. 또한 이 화청지에는 중국의 이단아 장개석이 임시로 도피했던 사무실이 있어 그 당시의 혼란스러움이 반영된 사진들이 전시돼 있었다.
풍만한 양귀비의 자태를 뒤로하고 진시황릉을 향해 2시간여를 버스에 몸을 실었는데 유리창너머 서안성 밖의 모습은 광활한 대지에 목말라하는 옥수수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또 과실나무가 풍부한 이 도시에 도로 곳곳에 허름한 좌판과 바구니에 가득 담긴 석류와 사과 복숭아, 단물이 줄줄 나올 것 같은 자두를 파는 초라한 노파와 아낙, 어린이들이 길거리에 가득했다.
중국은 여자들이 편히 살 수 있는 곳이라 했던가? 동네어귀 서늘한 천막을 치고 아낙들과 마작하는 사내들이 부지기수이지 않은가. 한국여성들을 생각하니 어색하고 미소가 지어지고 끝없는 옥수수밭을 구경하다보니 어느새 진시황릉에 도착했다.
다음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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