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 박찬석 / 본지 편집인
정부와 여당은 불과 며칠 전까지도 감세정책이 경제회생에 효과가 없으면서 재정에 부담을 준다며 반대해 왔으나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서 9월1일 감세정책을 전격 발표했다. 이 정책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비판에 직면하면서 정부와 여당의 경제관리 능력을 의심받는 수준까지 발전하고 있다. 마치 혹을 떼려다 혹을 붙인 꼴이다.지금까지 감세정책은 으레 야당이 선수를 치고 여당이 은근슬쩍 가로채는 형태였는데 이번의 경우도 형식이 유사하다. 그런데도 다른 때에 비해 유달리 우려와 비난의 목소리가 큰 것은 그만큼 경제현황에 대한 인식이 심각해졌음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우리나라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는 한마디로 양극화 현상으로 표현할 수 있다. 도시와 농어촌,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중화학공업과 경공업, IT산업과 비IT산업 등으로 분류하여 전자는 각각 양극화의 양지에, 후자는 각각 양극화의 음지에 위치하고 있다. 이런 양지와 음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면서 경제문제가 심각하게 부상하고 있다.
이런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경제정책의 가장 중요한 고민은 어떻게 하면 음지를 근본적으로 살려내느냐에 있다. 물론 양지와 음지를 조화시키는 대책이 필요하겠으나 더욱 시급한 것은 음지를 살려내는 것이다.
양지에 속한 기업이나 자본가들은 경제적 어려움을 어느 정도 스스로 헤쳐 나갈 능력이 있으나 음지에 속한 부류들은 날이 갈수록 경제적 낙오자로 전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목전에 다가온 쌀시장 개방이 현실로 다가오면 그 심각성은 가히 폭발적일 것이다.
지금 쌀시장 개방 저지를 위한 구호가 농촌 곳곳에 걸려 있지만 사실상 저지할 가능성은 굉장히 희박하다. 대기업을 위주로 한 고도성장정책과 선심성 예산지원이 고작인 농어촌대책은 애당초 경쟁상대가 아닌 까닭이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돌파구는 지방특화산업을 과감하게 육성하여 양극화의 음지에 있는 사람들이 제 몫을 할 수 있게 하는 방법뿐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영광 지역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 있다고 하자. 그 학생은 영광 지역민의 사랑을 온 몸에 받으면서 대한민국 최고 대학에 입학하고 졸업 후에는 중앙에 남아 전문직이나 공무원을 할 것이다. 지역에서 투자해 키웠는데 결국 나중에 보면 중앙을 위하여 일하고 오늘의 자신을 있게 한 영광지역은 뒷전이 되어버린다.
인적자원만 그런 것이 아니라 재정도 마찬가지다. 영광을 찾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열심히 장사를 했는데 부가세는 전부 중앙정부가 가져간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주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중앙에 영향력이 있는 지자체장을 뽑아 중앙예산을 조금이라도 더 따오기를 바라는 정도이다.
이렇게 자원배분을 왜곡하는 비뚤어진 가치가 지배하는 한 악순환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천편일률적으로 행동하도록 만들어진 구조 속에서 지역특화산업을 운운하는 것은 한심하게 여겨진다.
정책실패로 혈세를 낭비한 정책당국과 정치인은 지금이라도 책임을 통감하고 무분별한 감세정책보다 지방의 자주재원확보를 위한 효과적인 세제개편에 무게를 두어야 한다. 소비세나 소득세라도 지역연고가 있는 부분은 가급적 자치단체의 재원이 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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