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호흡에 맞는 산이 명산이다”
“자신의 호흡에 맞는 산이 명산이다”
  • 영광21
  • 승인 2012.07.27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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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일 / 전 영광서해산악회장

2003년부터 2011년까지 10여년 가까이 본지에 산행일기를 연재하며 산악동호인들에게 좋은 산과 안내도를 선사했던 김종일(68) 전영광서해산악회장.

나주가 고향인 김 전회장은 나주초등·광주남중·광주공고를 졸업한 뒤 군 제대후 26살에 결혼했다. 당시 매형이 불러 영광으로 온 그는 주로 텔레비전 등과 같이 전자기파를 이용한 전기기기와 그에 관련된 물품을 팔거나 수리하는 전파사였던 <소리사>에서 2년간 일을 배웠다. 그 후 1972년 전화기와 라디오를 주로 고치는 전문점인 <과학사>를 남천리에 개업해 26년간 운영했다.

그는 “최근 별세한 공옥진 여사에게 진공관식 전축을 제일 먼저 만들어 준 사람이다”고 지난 시절을 회상한다.

하지만 생업인 <과학사>를 운영하면서도 그의 마음은 항상 전국에 산재한 산에 가 있었다. 그 때문인지 매장보다도 유명하다는 산은 물론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던 산에서 며칠씩 보내는 경우가 다반사일 정도로 산사랑이 대단했다.

김 전 회장은 “42세이던 1986년 조선일보에서 일하던 이오봉 선생과 3년간 산행을 함께 하며 산행의 즐거움을 알아가던 중 이 선생과 함께 책을 냈는데 영광에 있는 불갑산, 태청산, 백수 갓봉을 소개했다”며 “1989년 12명이 영광에서 서해산악회를 조직해 개인차량에 ‘서해산악회’ 깃발을 걸고 다니며 산행을 한지 올해로 22년째다”고 소개한다.

기록하는 걸 좋아했던 김 전회장은 “손바닥만한 수동카메라 올림푸스 펜ee3를 들고 다니며 사진을 찍었다”며 “디지털 카메라가 나오기 전에는 멀리 찍고 가깝게 찍기 위해 2대의 수동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산행을 했다”고.

그런 연륜이 쌓여 56세이던 2000년부터 (사)대한산악연맹 전라남도연맹 이사로 8년간 활동하다 추천을 받아 (사)대한산악연맹 학술위원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가 매주 신문마다 기고하던 글과 함께 게재하던 안내도는 직접 그린 것으로 웬만한 산악인이라도 하지 못하던 일이다.

그는 “등산할 때는 멋을 내지 말고 산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갖지 말고 겸손해야 한다”며 “산이 높다고 해서 명산이 아니다. 자신이 좋아하고 자신과 호흡이 맞는 산에서 등산연습하고 다른 산으로 진출하는 게 좋다”고 한다.

슬하에 1남2녀를 둔 김 전회장은 “오랜 역사에 걸맞는 번듯한 산악회 사무실을 후배들에게 남겨줬으면 하는 마음뿐이다”며 “우리나라 산 500곳중 126곳을 가봤는데 산은 그대로인데 10~15년 전에 갔던 주변도로가 많이 바뀌었다”며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간직한 산사나이로 살아갈 것임을 약속했다 .

박은희 기자 blessto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