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상 안애정(충주시)
▷ 금상 김인화(영광군)
▷ 은상 조미자(거제시)
최홍연(대전광역시)
▷ 동상 이종탁(광주광역시)
박영아(목포시)
양영자(광주광역시)
신웅빈(광주광역시)
정진화(광주광역시)
심사평 / 심사위원 정형택<시인·한국문협 이사>
상사화가 온 산을 발딛을 곳도 없이 꽉 매웠던 9월, 수십만의 인파가 이곳 불갑산을 다녀갔습니다.
감탄에 감탄의 환호성을 터뜨리고 갔건만 군데군데서 펄럭였던 상사화 인터넷 백일장엔 좀 인색했나 봅니다.
수십만의 관광객에 비하여 응모자는 적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문학이 좋고 시가 좋아서 다녀간 것은 아니겠지만 이왕이면 1조2석을 펼쳤더라면 하는 필자의 욕심이었습니다.
그래도 발길 그냥 지나치지 않고 메모장 꺼내어 한구절 적어 가정까지 끌고 가서 밤잠 설친 몇분의 작품이 유난히도 돋보였습니다. 상사화를 보며 ‘지귀의 사랑’으로 까지 형상화시킨 분의 시와 산문인데도 짧은 이야기속에 병석에 계신 어머니의 이야기로까지 승화시킨 분의 글솜씨는 대단하였습니다.
이런 기회가 없었다면 두분의 문학적 재질과 역량이 어찌했을까 하는 기쁨을 생각하면서 뽑았습니다. 기대하신 만큼 큰 상을 받지 못하신 분들께는 좀은 서운하시겠지만 응모하신 글들은 앞으로 살아가시는데 큰 도움이 되시리라 믿습니다.
내년에도 꼭 상사화 곁을 찾아서 보다 좋은 글솜씨로 뽐내주실 것을 기대해 보면서 응모자 모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대상 / 안애정<충주시>
상사화 - 지귀의 사랑
기다리다 기다리다
지쳐 잠이 들었을 때
그대, 바람처럼 내 곁을 스쳐갔습니다
이대로 죽어도 좋으리라
이대로 불꽃이 되어도 좋으리라
천년을 기다리면
그대, 볼 수 있을까요?
그리움이 내 몸을 갈래갈래 찢어
하늘과 땅을 피로 붉게 적시면
그대,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사랑하다 사랑하다
억겁의 시간이 흘러
나, 그대 앞에 마주 설 수 없어도……
여왕이여, 나의 사랑 여왕이여!
내 영혼, 상사화로 피어났습니다.
쪻 지귀 : 신라 선덕여왕을 사랑한 거지. 사랑의 열병을 앓다 불공을 마치고 돌아가던 여왕으로부터 정표로 금팔찌를 받은 후 기쁨에 겨워 제 몸이 타올랐다는 전설 속의 사람.
붉은 배롱나무 꽃이 뜨거운 햇빛을 토해내는 여름방학, 다시 시를 쓰고 싶다는 열망으로 남도여행을 다녀왔다. 그리고 돌아와 20여년 만에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고 시를 습작하고…
너무 늦어버렸다는 사실에 많이 속상했지만 지금 포기하면 또 다시 후회할 것 같아 시작했다. 제게 다시 시작하라고 따뜻한 격려와 용기를 주어서 고맙다.
금상 / 김인화 <영광군>
1주일전 온 동네를 붉게 물들였던 상사화가 이젠 시들어 가나 봅니다.
아름다운 융단속의 무수한 설레임들은 어느덧 검고 추한 이별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활짝 핀 상사화를 바라보며 이번엔 엄마에게 꼭 한번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는 막내딸을 이곳 영광에 시집보내고 가까운 거리에 살면서도 한번도 이곳에 와 보지 못한 엄마에게 말입니다.
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상사화는 사그러지는데 엄마는 눈을 꼬옥 감은 채 병원 침대에 누워 있답니다. 오늘 다시금 불갑사 그늘진 풀속 지천으로 깔려있는 상사화속에서 검버섯 가득 핀 엄마의 얼굴을 떠올립니다.
철썩, 철썩 파도가 바위를 갈아마시듯 포효하는 섬마을.
난 늘 육지를 향하는 무수한 배들을 바라보며 섬을 떠나는 희망으로 어린 날들을 보냈지만 평생 엄마는 그곳에서 7남매를 위해 바위처럼 온몸을 부딪히며 견뎌왔습니다.
1년 365일 매일 밤마다 잠에 취한 어둠속에서 늘 어머님의 기도소리가 들렸습니다.
차가운 바닥에 무릎을 끓고 7남매의 이름을 부르며 기도를 하셨습니다. 어쩌면 우리 7남매는 어머님의 기도와 눈물을 자양분으로 지금껏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지 모릅니다.
7남매의 건강과 행복을 빌고 또 빌며 호미와 쇠스랑이로 돌산을 기름진 옥토로 바꾸었던 엄마의 튼튼한 무릎의 기운들이 스러져갑니다. 자식을 위해서 마지막 남은 자신의 껍질마저 희생하는 거미처럼 지금도 감겨있는 눈가에 눈물이 흘러내립니다.
“내 새끼들 내가 이렇게 병원에 누워 있으면 나 때문에 얼매나 고생할꼬! 내가 빨리 가야 허는디….”
고즈넉한 산사에 가슴 가득 울려퍼지는 종소리에 맞춰 어느덧 엄마를 위한 기도를 드리며 내려오는 길에 바라본 검은 꽃잎들은 전혀 추하지가 않습니다.
화려한 꽃잎이 사그러져 가지만 푸르른 잎들을 바로 잉태하는 저 상사화처럼 내 어머니의 뜨거운 사랑이 영원히 내안에서 불타고 있기 때문일까요?
부족함이 많은 글에 과분한 영예를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해마다 9월이면 우리 고장 불갑산을 아름답게 채색해 주는 상사화가 남녀간의 지고지순한 사랑이야기만이 아니라 이땅의 자식들을 위해 살아오신 모든 어머니들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하며 나의 어머님 이야기를 담아 보았다.
누구보다도 저의 수상 소식을 기뻐할 어머님의 쾌유를 기원하며 앞으로도 상사화축제가 영광군의 아름다움을 널리 전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