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기 4년째를 맞는 정 이장은 1995년 마을이 백양리 1·2리로 분구되기 전 백양리 새마을지도자로 15년간 봉사하고 30년 가까이 의용소방대 활동을 하며 군남면의용소방대장을 역임한 뒤 작년에 퇴임하고 제대했다. 또한 그는 각 읍면마다 중추적 역할을 하는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는 군남면청년회의 창립 추진위원장으로 활동했다.
그는 “23년전인 1989년부터 백양리 전체를 아우르는 이장으로 7년간 봉사할 때는 임금도 임기도 없었다”고 알려준다.
군남면 백양2리는 죽정, 아양, 갈마 세개의 자연마을로 45가구 60여명의 주민들이 5만2,900여평의 논과 1만1,700여평의 밭에 벼, 양파, 고추를 심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정 이장은 “정광섭 어르신이 영광축협 부근에 군이 주차장을 만드는 과정에서 무허가 건축물 철거보상비로 2년전에 받은 100여만원을 주변 불우이웃돕기에 기부하는 등 주민들이 상부상조하고 있다”고 마을의 인심을 자랑한다.
또 그는 “매년 어버이날이면 90세 이상인 장수어르신들에게 백양2리 출신들과 광주향우들이 협조해 식사 대접과 내의를 선물하고 꽃을 달아드리고 있다”고 자랑한다.
정 이장은 “이곳은 농토가 적고 밭이 많다”며 “1·2리를 합쳐 이양기 1대, 트랙터 2대를 보유하고 있는 게 전부다”며 “벼를 베면서 쌀을 훑어내는 콤바인이 한대도 없어 불편함이 많기 때문에 1모작을 하는 우리 오지마을에 콤바인을 지원해주면 좋겠다”는 바램을 전했다.
그는 또 “아양마을회관 근처에 부지를 마련해 놨는데 모정을 하나 지어주면 여름에 주민들이 더위를 피해 쉴 수 있을 것이다”는 바램 또한 전했다.
정기섭(80) 전노인회장은 “군에서 마을회관 운영비 외에 난방비로 지원되는 비용을 연료비로만 쓰라고 한다”며 “주민들의 복지를 위해 현실에 맞도록 다양하게 쓸 수 있도록 여유를 주면 좋겠다”는 바램을 전했다.
마을을 위한 그의 마음
백양2리로 이사온지 8년째인 정 이장은 “제가 마을에서 제일 젊은데 빈 집이 몇 채 있지만 귀촌도 거의 없고 제가 이장을 그만두면 후임자를 찾기가 힘들다”며 마을로 사람이 들어오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그는 마을 어르신들이 돌아가시면 아들처럼 장례를 치르고 지금은 없어진 방위병들과 힘을 합쳐 상여를 메고 군남초등학교 뒷편에 있는 공동묘지에 안장까지 해드린 적이 많았지만 젊은이들이 없는 농촌의 미래를 생각하면 암울하다고.
정 이장은 “마을부녀회장인 제 안식구가 겨울에는 마을회관에서 주방찬모 역할을 하고 있다”며 “제 개인 돈이 많다면 마을에 홀로 사시는 노인분들을 위한 연립주택이나 아파트를 지어 어르신들이 편안한 주택에서 여생을 살게 하고 싶다”는 바램이 가득하다.
마을어르신들의 아들이자 심부름꾼으로 삶의 터전에서 봉사할 것을 다짐하는 정 이장의 얼굴에 반사되는 햇볕이 그를 더욱 빛나게 하고 있다.
박은희 기자 kimsh@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