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시계(윤재인 글 / 홍성찬 그림 / 느림보)

누구에게나 소중히 여기는 물건이 있다. 오랜 시간 함께 한 사연과 감동이 묻어 있어 가끔 꺼내보며 추억하는 그런 물건 말이다.
다락방에 있는 길고 커다란 시계는 할아버지가 태어나던 날 대청마루 한가운데 걸린다. 시계는 가족 뿐 아니라 마을 사람들에게도 인기다.
할아버지가 아장아장 걸을 때도 시계는 그 자리에서 똑딱였고 할아버지가 초등학교 입학하는 날에도 잘 다녀오라며 댕댕인다.
군대 첫 휴가를 나오는 날에도 그 자리에서 반겨주고 마당에서 잔치가 있는 날에도 마치 축하를 하듯 댕댕인다. 그렇게 시계는 할아버지를 따라 늙어간다. 시계는 태엽을 자주 감아줘야 하고 멈추기를 반복한다.
그러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는 밤에 슬피 울리고는 멈춘다.
우리나라 1세대 그림작가인 홍성찬의 작품이다. 사실적이고도 세밀한 볼펜으로 쓱쓱 그린 그림에는 인생 80년이라는 우리의 삶이 녹아 있다.
시계는 한 자리에서 묵묵히 희노애락을 지켜보며 함께 했다. 마치 가족처럼 말이다. 먼 훗날 나의 자식들이 나의 이야기를 담아 추억할 만한 물건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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