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일로 몸은 피로해도 이곳만큼 따순 곳이 있단가”
“바닷일로 몸은 피로해도 이곳만큼 따순 곳이 있단가”
  • 영광21
  • 승인 2012.12.13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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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월경로당 <홍농읍>

도로 밑 낮은 지대에 터를 잡아 바로 앞으로 배가 정박할 수 있는 선착장이 있어 어촌마을임을 바로 직감할 수 있는 홍농읍 칠곡리.

이곳에는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주고받는 사랑방 역할과 지역 어르신들의 친목을 도모해 주는 항월경로당(회장 송문례·80)이 있어 노년이 마냥 활기차다.

이 경로당 회원인 송호승(67) 어르신은 “원래 이 경로당 회원 자격은 65세부터다”며 “내가 주민등록상으로는 64세이지만 집에서 실제 나이가 67세이기에 이곳의 회원이 될 수 있었다”고 귀띔해 준다.

송 어르신은 또 “현재 영광읍에 살고 있는 송문례 노인회장의 아들이 땅을 희사해 지난 2008년 항월경로당을 짓게 됐다”고 경로당 연혁을 설명했다.

최순님 항월경로당 총무는 “우리 경로당은 정기총회를 매월 20일경 1달에 한번 개최하고 회비는 필요한 경우에만 걷는다”며 “마을에 여유 돈이 조금 있어서 앉았다 일어설 때 관절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해 최근에 소파도 구입했다”고 말했다.

최 총무는 또 “우리 경로당에는 양문으로 여는 냉장고도 자리하고 있는데 이는 굴비골농협에서 후원을 해 준 것으로 지금도 잘 사용하고 있다”는 자랑도 빠뜨리지 않는다.

이 마을에는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서 생업하는 어부들이 많고 40~50대 부인들도 많다. 찾아간 날은 김장하느라 고단한 몸의 피로회복을 위해 이들 부인들이 목욕탕에 가서 얼굴을 볼 수는 없었다.

고광철(73) 어르신은 “음력 7월 보름날에는 경로당 회비를 결산하고 쉬는 날로 정해 전국을 대상으로 놀러가기도 한다”며 “이곳은 한여름에 바다로 나가 꽃게, 대하를 잡느라 바빠서 농민들이 쉬는 날 함께 쉬지는 않는다”고 지역 특색을 알려준다.

송복순(82) 어르신은 “이곳에서 홍농읍으로 나갈라치면 아침, 점심, 저녁으로 버스가 한번씩만 오고 간다”고 교통불편 사항을 호소한다.

박상식(66) 어르신은 “경유를 에너지로 사용하는 5t 어선을 끌고 안마도까지 가서 고기를 잡는다”며 “젊은 사람 두명을 데리고 일을 하는데 외국인은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도망가 버리는 경우가 많고 한국사람은 외국인에 비해 최대 3배까지도 인건비가 비싸기 때문에 어부로 사는게 녹록지만은 않다”고 삶의 애환도 전해준다.

안순해(78) 어르신은 “요즘 같은 겨울날씨에 경로당이 따뜻하고 좋아서 점심, 저녁까지 밥을지어서 먹고 8시까지 지내다 집으로 돌아가고 한다”면서 환한 미소를 짓는다.
박은희 기자 blesstoi@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