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광읍 교촌리에 위치한 향교 문정루 바로 앞에서 내리막길을 따라 가다보면 왼쪽편으로 산수정경로당(회장 김영득·82 사진)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 경로당은 요즘 새로 지은 집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연한 황토색 벽돌로 지어진 2층짜리 건물에 자리잡고 있다. 넓은 거실을 지나쳐 어르신들이 함께 모여 계시는 방으로 들어서니 액자에는 추억이 담긴 다양한 사진들이 많이 걸려있다.
산수정경로당은 남자 어르신들을 위한 공간으로 현재 42명의 회원이 등록해 이용하고 있다.
김영득 회장은 “6·25 전부터 가정집 형태로 마을회관의 명맥을 이어오면서 여러 차례 옮겨다니기를 반복하다가 지난 2010년 11월 현 자리에 경로당을 지은 후 향교 만화루옆 옛 경로당에서 옮겨왔다”며 “주거환경개선사업으로 지어진 마을회관을 겸하다보니 소유주가 영광군청이다”고.
김영득 노인회장은 이곳에서 10년째 대표를 맡아 봉사를 하면서 가끔 맛있는 김치도 직접 가지고 와 회원들의 식사시간을 풍성하게 만들곤 한다. 이 경로당에는 노 남 총무와 강대일 재무담당이 함께 있어 체계적으로 잘 운영되고 있는 편이다.
특히 경로당 한켠에는 운동기구가 있어 날이 좋을 때는 체력을 단련해 노년을 더욱 건강하게 보낼 수 있는 좋은 시설로 이용되고 있다.
경로당 2층은 교촌리청년회 사무실로 이용되고 있다. 때마침 김대호 교촌2리 이장도 만날 수 있었는데 마을 어르신들의 젊은 이장에 대한 칭찬이 자자하다.
이 경로당의 벽면에 보이는 붙박이장은 언뜻보면 여행을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멋들어진 광경을 연출해 어르신들이 편안하게 지내시는데도 한몫하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신동길(84) 어르신은 6·25전쟁에 참전해 22살때 압록강전투에서 중국군들에게 생포돼 42년만에 고향땅으로 돌아오셨다고 한다. 경찰인 동생의 노력으로 이곳 교촌리를 다시 찾게 된 어르신은 어렸을 때 살던 집에 현재 머물고 계신다.
폭설에 강추위가 맹위를 떨치는 겨울이지만 이곳 경로당에선 어르신들의 훈훈한 정감이 가득 배어난다.
박은희 기자 blessti@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