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함량미달, 그것도 아주 많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함량미달, 그것도 아주 많이
  • 영광21
  • 승인 2013.01.10 11:0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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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에 치러졌던 대선은 정치쇄신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봇물을 이룬 선거였다. 무엇을 어떻게 쇄신하자는 것인지 그 개념조차 불분명했지만 여하튼 여야 모두가 정치를 반드시 쇄신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대선이 끝난 지 불과 보름, 정치쇄신에 대한 정치권의 약속은 이미 물거품이 돼버린 느낌이다. 당시 국민 요구에 대해 정치권은 일단 국회의원의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대선이 끝난 뒤 국회가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오히려 특권 챙기기에 바쁘다.

단 하루만 국회의원 배지를 달아도 월 120만원씩 지급되는 의원연금 예산이 국회를 통과했다. 의원연금 폐지는 이번 19대 국회서 부터라는 이유다.

그래서 전직 의원들은 일반 국민이 30년 동안 월 30만원씩 부어야 받을 수 있는 월 120만원의 연금을 계속 받을 수 있게 됐다. 겸직금지 논의도 지지부진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겸직을 금지하는 법안이 이미 국회에 상정돼 있지만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시내 한 호텔에서 속기록도 없이 4조원이 넘는 예산이 증액된 데 대해서는 예산의 투명성과 관련해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원래부터 그래왔다는 것인데 정치쇄신을 외치던 정치권의 모습이 생생하게 남아있는 국민들에게 얼마나 호소력이 있을지 궁금하다.

국회의원의 특권 내려놓기가 아마 정치쇄신의 본질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당리당략에 몰두하고 개인의 권익 챙기기에 급급해 하는 모습은 더 이상 보기 싫다는 뜻일 것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출범했다. 그러나 아주 함량미달인 사람들을 인수위원회에 발탁하고 있으니 소란스럽지 않을 수가 없다.

이번 인수위는 당선인이 그동안 외쳐온 민생과 국민행복이란 구호를 현실로 바꾸는 정책일정표를 짜게 될 것인데 도통 믿음이 가지 않는다. 사회곳곳에서 터져 나온 요구와 외침들은 이미 차고도 넘친다.

노령화와 저출산 등 필연코 겪게 될 미래의 부담도 점점 커지고 있다. 과거의 발전모델들은 이미 한계에 부딪혔다. 구조적 양극화와 경제난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방안을 상당한 고통 없이 찾기도 어렵다.

상황이 중하고 과제가 무겁다는 걸 인식한다면 인수위가 나아갈 방향은 분명하다. 결코 욕심 부리지 말고 앞으로 5년 동안 새정부가 할 수 있으며 또 지속가능한 정책 밑그림을 만드는 일에만 집중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소망스러운 방향과 이를 실현할 정책수단의 균형점을 포착하는 일이 가장 큰 과제이다.

학자와 관료출신이 주류인 인수위로선 서로의 장점인 미래 비전과 현실감각을 잘 조화해 내는 과정이 그래서 중요하다.

힘겨운 문제의 해답을 찾아가는 다양하고 활발한 논의 대신에 당선인의 뜻에만 영합하거나 특정개인이나 집단의 목소리만 커진다면 이 사회가 어떻겠는가? 독단이나 일방통행, 맹종과 눈치보기로는 많은 이들의 경험과 지혜가 스며든 집단지성이 작동할 여지를 없앨 것이다.

인수위는 과연 당선인의 부탁대로 50년 뒤에도 모범적인 인수위였다고 기억될 수 있을까? 나라가 응당 가야 할 방향을 찾기 위해 필요하다면 누구에게든 쓴 소리를 마다않는 치열한 소통을 거쳐 공공선에 근접한 답을 찾았는지에 달려있을 것이다.

인수위는 시대정신이라 할 ‘소통을 통한 통합’이라는 ‘열린 새정부’로서의 성공가능성을 엿보는 잣대이기도 하다.
박찬석 / 본지 편집인oneheart@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