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광읍 재래시장 체감경기 ‘싸늘’

지역민들은 저마다 부푼 희망을 안고 새해를 맞았을 것이다. 그러나 연말과 새해 초 사이에 이 지역에 내린 잦은 폭설과 한파, 또 한달 앞으로 다가온 설경기를 타는 탓인지 상가마다 장사가 작년만 못하다고 다들 아우성이다.
일부 대기업들도 비상경영에 돌입하는 등 ‘올해는 더 어려울 것이다’라는 말도 나오긴 했지만 지역 서민들에게는 경기 영향이 이 보다 훨씬 더 크게 빨리 다가온듯 하다. 예전에는 활기를 띠었던 영광 읍내 자체가 고요한 분위기다.
장날인 지난 11일 오후 1시 영광읍 터미널시장을 찾았다.
시장안을 지나다니는 사람이 별로 없다. 양 옆에 일렬로 늘어선 상가의 상인들은 지나가는 사람마다 “손님, 뭐 찾으세요?”라고 한마디씩 건네며 물건을 팔기위해 안간힘을 쓴다. 추운 날씨 탓인지 시장을 방문한 사람들도 물건은 아예 구경도 하지 않고 그냥 지나쳐 버린다.
한 자리에서만 10년 이상을 장사를 해 왔다는 한 상인은 “아직 마수걸이도 못했다”며 “하루에 만원 벌어가는 일도 허다하다”고 울상을 지었다.
지역상인들 ‘꽁꽁’ 언 체감경기에‘한숨’
터미널시장안의 다른 상인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진도, 완도, 송정리 등 5일시장을 돌아다니며 옷장사를 하고 있다는 한 상인은 “요즘은 작년의 절반정도 밖에 못 번다.
하루에 20만원 매상 올리면 많이 파는거다”며 “그래봤자 기름값 빼고 이것저것 빼면 얼마 남지도 않는다. 그래서 송정리와 영광장만 다니고 있다”고 토로한다.
온 몸을 모자와 목도리로 꽁꽁 싸매고 언 도마 위에서 생선을 손질하느라 바쁜 한 상인도 “요즘 어디 장사 잘되는 집이 있나요”라며 “저녁 8시면 개미새끼 한마리도 안 보이는 실정”이라고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마트의 한 관계자는 “작년보다 50%이상 매출이 떨어졌다”며 “고객들이 광주의 큰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사는 건지 이곳에서는 꼭 필요한 것만 산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오후 8시정도 되면 이상하게 사람이 거의 없이 한산하다”며 영문을 모르겠다는듯 고개를 저었다.
이날 오후 3시 영광읍 도동리에 자리한 매일시장. 시장 안은 현재 장사를 하고 있는 곳이라 볼수 없을만큼 조용하고 스산하기까지 하다. 이따금씩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보이고 상인들도 가게 안에 우두커니 앉아 밖을 내다보고 있다.
굴비가게를 하고 있는 한 상인은 “춥고 고생이지만 장사는 손님을 놓치면 안돼 나온다”며 “평소에도 사람이 이렇게 없어 요즘은 마수걸이도 못하고 간다.
이러다가 굶어죽겠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큰 냉장고도 많이 쓰는데 전기요금이 또 오른다고 하니까 막막하다”며 “장사가 잘 되면 춥고 고생스러워도 재미가 있는데 택배주문으로 버는 돈 외에는 벌이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요즘 경기가 정말 어렵다고 하지만 상인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물이 도마에 닿기 무섭게 얼어버리는 것처럼 지역의 재래시장 경기도 꽁꽁 얼어붙은 형국이다.
읍내의 상가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읍내 주요 번화가에서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은 “가게 운영이야 개인역량의 문제겠지만 거리에 사람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며 “저녁 8시만 되도 사람을 거의 찾아볼 수 없어 가게문을 일찍 닫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악화와 물가인상으로 주머니가 얕아진 소비자들의 시름도 깊어지고만 있다. 딸과 함께 물건을 사러 나온 김 모씨는 “요즘은 꼭 필요한 것만 적어 와서 사간다”며 “물가가 너무 많이 올라서 조금만 사도 금방 2~3만원이 넘게 나와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