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갑면 소재지에서 방마삼거리를 지나 불갑산 입구를 향해 가다보면 오른쪽 하천 건너편으로 아담한 건물이 하나 보인다. 바로 불갑면 자비리 주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자비경로당(회장 강성훈·76 사진)이다.
자비경로당은 회원이 25명 정도밖에 안돼 회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자기집 식구들과 다름이 없다. 어르신들은 개인적인 일로 나오지 못한 주민들이 어딜 갔는지 일일이 다 말해주기도 한다.
마을주민들은 주로 벼농사와 함께 고추, 양파농사를 많이 짓는다. 지금은 겨울철이라 한가해 나름대로 농한기를 즐기고 있다. 그래서 경로당의 정기총회도 해마다 연말인 12월말에 열린다. 경로당은 10여년전 건립됐는데 건물이 위치한 부지는 마을주민인 김성님(73) 어르신의 밭이었다고 한다.
김 어르신이 선뜻 땅을 희사하고 건물은 군의 지원을 받아 건립돼 자비경로당은 현재 자비리 주민들의 사랑방이 됐다.
자비경로당은 일반 가정집과 같이 큰 거실에 부엌이 함께 있고 작은방 2개, 화장실 하나로 구성돼 있다. 강성훈 회장은 “평소에는 15 ~ 16명의 회원이 모여 함께 시간을 보낸다”며 “방은 아늑하고 따뜻해서 좋고 거실은 넓어 다같이 어울려 놀기에 안성맞춤이다”고 자랑했다.
다른 경로당에 비해 규모가 작다고 해서 노인회장이 해야 할 일이 적은 것은 아니다. 강 회장은 “경로당을 비롯해 마을주민들이 식수로 지하수를 먹는데 요즘은 지하수도 예전 같지 않고 오염이 심하다”며 “지하수 수도관 설비를 시골 마을에서 자체적으로 하기는 힘들어 수도관 설비를 군청이나 면사무소에서 지원해 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 경로당의 최고참격인 강인순(89) 어르신은 “어깨가 아파 아무 일도 못하는데 이곳에 오면 젊은 사람들이 밥도 해주고 따뜻하게 대해 줘서 고맙다”며 회원들을 칭찬하기도 했다.
살기 좋고 인심 좋은 가정집 같은 자비경로당에서 명절날 시골집에 다녀온 것 같은 푸근함을 담아 나왔다. 처마 밑에 고드름이 갈수록 길어지는 추운 날씨가 무색하게 우리네 마음은 오래도록 따뜻할 것 같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