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피폭이라도 위험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최소한의 피폭이라도 위험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 영광21
  • 승인 2013.01.24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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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11일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발생한 이후 저선량의 방사선 노출이 인체에 끼치는 위험에 대한 논란이 일어났다. 그해 4월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지역의 한계 방사선량으로 연간 20밀리시버트(mSv)를 설정하고 이 기준치 이하로는 안전하다고 선언하자 이에 대한 반발이 거세게 일었다.

일본의 과학자들과 시민 운동가들은 이러한 안전기준치가 허구라고 주장했다. 그들은 매우 적은 선량의 방사선이라도 인체에 위험을 끼칠 수 있는 과학적 증거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핵산업의 보호를 위해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몬다고 비난했다.

일본 의사회와 같은 전문가 집단들 역시 일본 정부의 방사선 한계선량 기준치 설정이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의 참고치 권고를 무분별하게 수용한 처사라고 평했다.

방사선이 분자결합을 절단·파괴하는 현상은 피폭량이 많든 적든 관계없이 일어난다.

피폭량이 많아서 세포가 죽어버리거나 조직 기능이 파괴되면 화상, 구토, 탈모 그리고 심할 때는 사망 등 급성장애가 나타난다.

급성장애의 증상은 피폭량이 적을 때에는 나타나지 않는데 증상이 나타나는 최소한의 피폭량을 ‘역치’라고 부른다. 다만 이러한 ‘역치’ 이하의 피폭일지라도 분자결합이 망가지는 것 자체는 피할 수 없으며, 그것이 실제로 인체에 나쁜 영향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인류는 알게 됐다.

히로시마·나가사키에 핵폭탄이 투하되고, 즉각 사망을 포함해서 단시간에 21만명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두 도시에 핵폭탄을 투하한 미국은 1950년 피폭자의 건강을 조사하는 수명조사(LSS)를 개시했다. 히로시마·나가사키 근거리 피폭자 약 5만명, 원거리 피폭자 약 4만명과 핵폭탄이 폭발할 때 그 장소에 없었던 사람(비피폭대조군) 약 3만명을 대상으로 피폭의 영향을 조사했다.

피폭자라는 딱지가 붙은 이러한 사람들을 반세기에 걸쳐서 조사한 오늘날 50밀리시버트라는 피폭량에 이르기까지 피폭량이 많을수록 암 및 백혈병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사실이 통계학적으로 명백해졌다.

그래서 확률적 영향이라고 하는 이러한 장애에 대해서는 그 이하라면 영향이 없는 ‘역치’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됐다. 아무리 적은 양이라도 피폭량에 비례해서 영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선형 무역치(LNT)’ 가설이라고 한다.

저준위 방사선의 생물학적 영향을 오랫동안 조사해온 미국 과학아카데미위원회는 2005년 6월30일 일련의 보고서의 7차 보고를 발표했다.

“이용할 수 있는 생물학적·생물물리학적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위원회는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피폭의 위험은 저선량에 이르기까지 직선적으로 존재하며 역치는 없다. 최소한의 피폭이라도 인간에게 위험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가정을 ‘선형 무역치’ 모델이라고 부른다.”

그런데도 핵산업을 추진하는 사람들은 아예 귀를 막고 50밀리시버트 이하의 피폭 영역에서는 피폭의 영향이 마치 전혀 없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어서 큰 문제인 것이다.

특히 최근 과학의 진보로 바이스텐더효과(피폭된 세포에서 인접 세포로 피폭정보가 전달되는 것)와 유전자 불안정성이라는 세대를 잇는 영향 등의 생물학적 영향이 발견돼 저선량 피폭이 고선량 피폭에 비해서 단위선량당 위험도가 오히려 높다는 결과는 분자생물학적으로도 뒷받침되고 있다.

어떠한 이유에서든지 인간은 핵을 지배할 수 없다. 지금부터서라도 핵을 안전하게 폐기할 수 있는 방도를 찾고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

박 찬 석 / 본지 편집인oneheart@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