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을 어귀를 지나가자 참새들이 ‘짹짹짹 째잭째잭’ 연신 조잘거리며 생기와 활기가 가득 넘쳐나는 법성면 법성7리(이장 이규환·68). 이곳에는 옛 어른들이 금매라 불렀던 검산마을이 있다.
마을로 통하는 길 양쪽으로 드넓은 논밭들이 펼쳐지는데 주민들은 벼나 보리, 고추농사 등을 주로 짓는다.
검산마을 입구를 막 지나자마자 이 마을 이규환 이장의 집이 보인다.
법성면 소재지를 지나 마을로 들어가자면 반드시 이 이장의 집을 지나야하는데 마치 이곳이 마을을 지키는 문지기와 같다.
이 이장은 지난 2010년 선출돼 지난해까지 3년의 임기를 마쳤지만 주민들의 재신임을 받아 연임하게 됐다.
이 이장은 선출되자마자 영광군에서 자금을 지원받아 마을의 모든 농로를 아스팔트나 시멘트 도로로 공사하는 사업을 시작해 마무리 짓기도 했다. 그 덕분에 마을주민들이 경운기 트랙터 등 농기계로 농사짓는 것이 훨씬 수월해졌다고 한다.

우리 마을만의 자랑거리
오랜만에 경로당에 모인 주민들이 이 이장에게 여러 가지 건의사항을 말한다. 한 마을주민은 “자네가 못해서 뽑았어. 다음엔 더 잘하라고 말이야”라며 농담섞인 말을 건넸다. 주민들의 강한 신임으로 봐서 앞으로 이 이장의 올해 일정도 어느때 보다 바빠질성 싶다.
“우리 마을은 특별히 자랑할만한 것은 없지만 주민들 사이의 협동심 하나는 으뜸입니다.”
이 이장의 말처럼 최봉길 노인회장을 비롯해 마을주민들이 마을을 위해 품삯을 받아가며 일을 하는 등 알뜰하게 살림을 꾸려 2,600평의 땅을 마련했다. 이 땅을 임대를 내주고 매년 나오는 200여만원의 임대료로 마을기금을 마련하고 있다.
또 마을에 하수종말처리장이 생기면서 영광군에서 지원해 준 자금으로 창고를 짓고 그 안에 벼 건조기 2대를 들여놓기도 했다. 마을에 참새소리가 가득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변 다른 마을의 벼도 돈을 받고 말려주고 있어 이 덕분에 매년 2,500만원 정도의 수익도 발생되고 있다. 이처럼 알뜰하게 1년 살림을 마무리하고 매년 봄이면 마을주민들이 함께 관광을 떠나기도 하며 화합도 다진다.
법성7리는 구암천을 사이에 두고 홍농읍과 맞닿아 있어 원자력발전소의 반경 5km이내에 해당된다.
이 이장은 “우리 마을도 행정구역상 법성면일 뿐이지 원전인근이나 마찬가지이다”며 “원전을 찾아가서 여러 차례 지원을 부탁했는데도 묵묵부답이다”고 토로했다. 이어 마을주민들도 “몇년전에는 원전이나 사회단체에서 경로당을 방문해 밥도 해주고 머리도 깎아주고 그랬는데 얼마 전부터 뚝 끊겼다”고 아쉬워했다.

마을을 위한 그의 마음
이 이장은 농한기 중에도 눈이 오면 더욱 바빠진다. 법성면소재지에서 법성7리로 오자면 숲쟁이 고개를 넘어야하는데 눈이 오면 미끄러워 주민들의 발을 묶는다.
이에 이 이장이 직접 나서서 자신의 트랙터로 마을입구부터 불교도래지까지 제설작업을 한다. 지난 2011년에는 영광군수 표창을 받기도 했다.
이 이장은 “우리 마을은 대부분 벼농사를 짓기 때문에 물이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하면 농사를 망친다”며 “올해에는 개거설치사업을 통해 마을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하려 한다”고 당찬 새해 계획을 밝혔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