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묘량면 소재지에서 승용차로 2차선 도로로 가다보면 고즈넉한 효동마을이 보인다. 아직 녹지 않고 군데군데 눈이 쌓여 있는 돌담길을 따라 조금 가다 보면 한눈에 들어오는 효동경로당(회장 신순례 사진).
건물에 들어서니 긴 복도를 사이에 두고 양쪽 두개의 방에 남자어르신들과 여자어르신들이 나눠 모여 있다. 여자어르신들의 방은 바깥까지 왁자지껄한 이야기소리가 새어나오는데 남자어르신들의 방은 왠지 조용하다.
문을 열어보니 장기판 앞에 두 어르신이 진지한 한수 한수를 두고 있고 다른 어르신들은 옆에서 말없이 구경중이다.
12년전 영광군에서 건축비를 지원받아 경로당이 건립되기 전에는 마을회관이 주민들의 사랑방이었다. 그런데 효동경로당이 생기면서부터는 마을주민들이 더 자주 만나고 김장도 함께하고 밥도 해먹는 등 사이가 더 좋아졌다고 한다.
회원들은 45명 정도로 회비는 1년에 1만원씩 내는데 올해는 2만원으로 올렸다. 한집에 두명이 다니면 3만원으로 1만원 깎아주기도 한다고.
김 길(80) 어르신은 “예전에는 먹을 것도 많이 들어오고 돈도 많이 지원받았는데 올해에는 그마저도 줄어 회비를 1만원 더 걷었다”고 안타까워했다.
효동경로당에서는 유독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이 경로당에서 최고참격인 이일례(94) 어르신은 마을에서 가장 건강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정정한 편이다.
신 회장은 효동경로당의 초대 노인회장이자 현재 영광군노인회장인 정영준 회장의 안사람이기도 하다. 지난해부터 경로당 살림을 꾸려온 신 회장은 회원들이 모여 선거를 해 다수결로 뽑았다. 남자 어르신들도 신 회장의 말을 잘 따라준다고 한다.
효동경로당에서는 군에서 지원을 받아 요가와 건강체조교실이 열리기도 한다. 회원들은 텔레비전에 나오는 ‘강남스타일’의 말춤도 춘다며 흉내를 내며 까르르 웃는다.
신 회장은 “경로당에서 밥해 먹고 TV도 보며 서로 의지하며 지낸다”며 “몇십년을 함께 지낸 사람들이어도 밤낮 봐도 반갑고 그 소리가 그 소리여도 재미있다”고 회원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오래오래 사시라는 말에 “에끼”하고 호통치며 까르르 웃음을 터트리는 효동경로당 어르신들. 이처럼 즐겁게 생활하는 것이 효동경로당의 오래된 장수비결인가보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