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쳤다는 소리 들을만큼 장고에 푹 빠져”
“미쳤다는 소리 들을만큼 장고에 푹 빠져”
  • 영광21
  • 승인 2013.02.21 11: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현섭 / 설장고 문화예술인

음력 1월15일 정월대보름이 눈앞에 다가왔다. 우리 민족의 큰 명절중에 하나인 정월대보름에는 예로부터 많은 사람들이 모여 쥐불놀이, 달맞이, 지신밟기 등 놀이를 즐긴다. 이때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온 동네에 시끌벅적하게 흥을 돋아내는 풍물패다.

정월대보름을 맞아 우리지역에서 설장고로 유명한 박현섭(80) 어르신을 만났다. 오래전 본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문화예술인으로 만난 적이 있는 박 어르신은 지금도 꾸준히 활동을 이어오고 있었다.

박 어르신은 “설장고는 농악의 판굿에서 장고잡이가 혼자 나와 여러가지 장고가락에 맞춰 멋진 발림을 하는 역할이다”며 “지금은 나이가 들어 옛날처럼 장고를 짊어지고 뛰지 못해 앉거나 가만히 서서 주로 한다”고 말했다.

박 어르신은 19살 때 처음으로 장고를 배웠다. 당시에는 마을에 풍물패가 활발하게 활동하던 때라 마을어르신들의 어깨 너머 알음알음 배운 것이 그를 평생 장고잡이로 살아가게 했다. 그때부터 시작된 그의 설장고 인생은 50대 초반에 영광군국악협회에 몸담으면서 꽃을 피웠다.

박 어르신은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당시에는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장고에 푹 빠져 있었다”며 “날마다 회원들과 모여 연습도 열심히 하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실력도 늘게 됐다”고 회상했다.

박 어르신의 아내 윤석순 어르신은 박 어르신의 모습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산 증인이다. “연습한다고 전화가 오면 모심다가 던져놓고 나가불고 벼 베다가 나가불고 그랬다. 일은 내 팽겨치고 돌아다녀 혼자서 자식들 키우기도 힘이 들고 고생이 심했다.”

아내의 말에 부정하지 않고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박 어르신의 설장고에 대한 뜨거웠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은 부부가 함께 영광군노인복지회관으로 스포츠댄스를 배우러 다닌다. 한번이라도 빠지면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아 꼬박꼬박 함께 다닌다고 한다.

박 어르신은 또 복지회관에서 장고 강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런데 예전에는 20여명에 이르던 수강생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박 어르신은 “옛날에는 배우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적어서 가르치는 흥이 안난다”며 “젊은 사람들이 배우지 않아서 예전에는 마을마다 있었던 풍물패도 점차 없어지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것을 잊지 말고 배우고 이어갔으면 좋겠다”는 박 어르신의 바람처럼 잊혀져 가는 전통문화에 관심이 필요할 때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