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본성과 연민이 녹아있는 그림 그리고 싶어”
“인간의 본성과 연민이 녹아있는 그림 그리고 싶어”
  • 영광21
  • 승인 2013.02.28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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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임<영광종합병원 간호사>

그녀의 꿈은 화가였다. 배고픔을 이유로 꿈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녀는 꿈을 이루기 위해 간호사가 됐다.

그녀는 꽃이나 풍경처럼 예쁘고 화려한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그런데 간호사가 되고부터는 많은 환자들을 접하며 인간의 본성에 대해 생각하게 됐고 지금은 예쁘고 화려한 그림보다 사람이 주인공인 진솔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영광종합병원 인공신장실에서 근무하는 양정임(37) 간호사의 이야기다.

양씨는 중학생때부터 미술공부를 하며 화가를 꿈꿨지만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간호사가 되기 위해 간호학과에 입학했다.

그 후 간호사로 일하면서 목포대 서양학과와 전남대 미술대학원을 다니는 등 그림공부도 열심히 했다. 간호사로 일하며 그녀의 그림인생에 또 다른 전환점을 맞았다. 환자들을 많이 접하며 인간의 모습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된 것이다.

양씨는 “일하다 보면 죽음을 맞는 환자를 보곤 하는데 어떤 분은 고통스럽게 죽음을 맞이하는 반면 어떤 분은 편안한 표정으로 가신다”며 “저마다 그 모습이 다른 것을 보고 인간의 본성에 대한 철학적인 고민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경험과 고민이 양씨의 그림에도 영향을 끼쳐 인간의 모습을 그 소재로 활용하게 됐다.

양씨가 일하는 영광종합병원의 인공신장실은 신장투석을 해야 하는 환자들이 찾는 곳이다.

신장투석 환자들은 노폐물을 걸러주는 신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몸에 있는 혈액을 모두 빼서 노폐물을 거른 뒤 다시 넣는 2시간여의 과정이 고통스럽다고 한다.

신장투석이 필요한 환자들은 대부분 이틀에 한번씩 평생을 이러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양씨는 “신장투석을 마치고 나면 환자들이 지쳐서 기진맥진한 모습으로 집으로 돌아간다”며 “만성질환이기 때문에 환자도, 가족도 힘들어 하는데 이러한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그림으로 그려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현재 환자들과 보호자들의 동의를 얻어 사진을 찍고 자료를 모으는 일이 가능했다. 만성질환을 앓으며 예민할 수 있는 일인데도 몇몇 환자들이 동의를 해 줬다며 크게 고마워했다.

양씨는 “미디어가 아무리 발달했다 하더라도 회화만큼 나타낼 수 있는 기품이나 메시지를 담을 수 있는 것은 없는 것 같다”며 “환자들을 대상으로 그림을 그리면서 인간의 본성과 이에 대한 연민이 녹아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밝혔다.

40살이 되면 해외로 봉사활동을 떠나 빈곤, 아픔을 같이 느끼면서 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양정임씨. 그녀의 꿈은 좋은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되고 싶은 것이 아닌 인간의 마음을 치유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은 아닐까.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