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창기 사진도입과 정착 초석다진 장인
초창기 사진도입과 정착 초석다진 장인
  • 박은정
  • 승인 2004.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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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의 문화예술인61 - 사진 최주환
우리의 고향집이나 옛 시골집 안방 벽에는 아주 오래된 부모의 결혼사진이나 집안의 행사를 담은 흑백사진을 흔히 마주할 수 있다. 아주 오래전 사진이 무척 귀하게 여겨지던 시절, 영광의 이야기를 사진으로 담아온 사진사 최주환(71)씨. 영광에서 가장 오래된 사진사인 그와 과거속 사진여행을 떠나보았다.

지금은 일반카메라 말고도 핸드폰으로도 사진촬영이 가능하고 디지털카메라 등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최첨단 장비가 보편화 돼 누구나 사진을 쉽게 찍을 수 있다. 하지만 예전에는 사진하나 찍는 것은 아주 특별한 행사중의 하나였고 사진 자체가 무척 대단한 존재로 여겨졌었다.

“지금부터 50년전 20대 초반, 사진관을 운영하는 매형의 영향으로 사진기술을 배우게 됐고 그때부터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는 그는 “1950년대 초반 영광에는 강사진관이란 곳과 매형이 운영하는 사진관 이렇게 두곳이 있었고 매형으로부터 사진관을 이어받아 직접운영을 하게됐다”고 사진을 찍기 시작한 동기를 말했다. 그 사진관이 바로 현재까지 명맥을 이어오는 ‘영창사진관’이다.

최 씨는 “그 시절에는 양재학원을 다니는 아가씨들이 수료를 하면서 단체사진이나 개인사진을 많이 찍었고 주로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졸업사진을 전문으로 맡아 찍으러 다녔다”며 “우리사진관이 영광에서는 최초의 결혼식장이었고 가족과 우인이 참석한 가운데 식을 올리고 사진을 찍으며 지금처럼 큰 규모의 예식장은 아니었어도 지금과 비슷한 예식 풍경을 연출했다”고 지난 시절을 들려줬다.

이처럼 최 씨는 졸업 약혼 결혼 돌 백일 영정사진 등을 전문으로 하는 사진관을 운영했고 주로 출장을 전문으로 하는 사진을 많이 찍었다. 자동차가 거의 없던 시절 그는 자전거에다 촬영장비를 싣고 지역 곳곳을 다니며 방문하는 가정 혹은 학교에서 당시의 이런 저런 모습을 사진에 정성껏 담아 전했다.

그는 “예전에는 사진을 찍어주면 일년농사를 수확하는 요즘 때쯤 쌀로 값을 치러 줬다”며 “그래도 찾는 곳마다 융숭한 대접을 받았으며 가난한 시절이었지만 그래도 인심만은 넉넉했다”고 전하며 과거의 순박했던 민심을 그리워했다. 지역민의 인기를 한몸에 받았던 그는 건장한 체구와 날렵한 기민성 그리고 큰 담력을 소유한 천부적인 소질을 갖춘 멋쟁이 사진사로 많은 이들의 기억속에 남아 있다.

지금도 ‘영창사진관’은 50년전 그때 그자리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잊지않고 찾아오는 변함없는 단골들을 위해 사진관을 열고 기다리고 있다”는 그는 영업사진사이기는 했지만 지역의 초창기 사진도입과 정착의 초석을 다진 장본인이고 많은 후배를 양성하기도 한 역사속 주인공임이 틀림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