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서 오시오, 어서 오시요.”
설 명절을 지내고 몇일후 찾은 영광읍 녹사리의 푸른경로당(회장 이창옥 사진)에는 많은 어르신들이 모여 점심을 먹으며 반주로 소주를 한잔씩 마시고 있었다. 발그레한 얼굴로 반갑게 맞는 어르신들이 가득 메운 푸른경로당은 녹사리 녹사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자리하고 있다.
푸른경로당은 1997년 마을 부지에 군에서 건축비를 지원받아 건립됐다. 회원은 50여명으로 대부분 70~80대 회원이 많다.
경로당에서 어르신들의 주요 화젯거리는 건강문제다. 서로서로 혈압과 당뇨 수치를 물으며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더 걱정한다. 한 어르신은 “우리 경로당은 80세 이상 나이 먹은 사람들을 저기 뒤뜰에 묻는다고 하면 묻힐 사람 쌔브렀어”라고 농담을 던진다. 이 살벌한(?) 농담에도 회원들은 인정이라도 하듯 “절반이 넘는다”고 한마디씩 거들며 큰 소리로 웃는다.
경로당의 거실에는 어르신들이 함께 여행을 다녀온 사진 액자가 6개나 걸려있는데 자주 여행을 다니기 때문이다. 여행을 갈 때마다 버스를 빌려 타고 가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자리가 부족할 때도 있다고 한다.
이창옥(80) 회장은 “회원들의 자녀들이 부모를 위해 경비를 조금씩 보태줘 여행을 자주 다니는 편이다”며 “작년에는 여수세계박람회를 가려다가 걸음이 불편한 노인들이 많아 충청도로 다녀왔다”고 말했다.
반찬은 5,000원씩 걷는 회비로 충당하고 집에서 조금씩 가져오기도 한다. 한 어르신은 “우리 경로당은 서로 사이가 좋아서 너나할 것 없이 각자 집에서 반찬거리를 가져와 함께 먹는다”고 자랑했다.
녹사1리 강재선 이장은 “경로당 건물은 어르신들의 사랑방 겸 마을회관을 겸하고 있는데 이곳에서는 우리 마을을 다 내려다 볼 수 있어 경치가 정말 좋다”며 “하지만 겨울에 눈이 오면 어르신들이 이용하기에 불편해 마을주민들이 눈을 꼭 치워야 하는 단점도 있다”고 말했다.
경로당 건물 옆에는 2007년 건립된 모정이 있다. 이곳에 그늘을 만들어 주는 당산나무는 600년도 더 됐다. 여름에는 모정에서 다 함께 국수를 삶아 먹으며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함께 국수를 삶아 먹으며 여름을 나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상상하니 시원한 여름 바람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올 여름에는 푸른경로당으로 국수 한그릇 얻어먹으러 가야겠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