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글쓰는 인생에서 행복 찾았죠”
“늦깎이 글쓰는 인생에서 행복 찾았죠”
  • 영광21
  • 승인 2013.03.07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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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기 / 칠산문학회 회원

지난해 늦깎이 시인으로 문단에 등단해 화제가 된 법성면의 황선기(79) 어르신은 “귀한 시간 내줘 여기까지 찾아와줘서 감사하다”며 몇번이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황 어르신 내외에 등 떠밀려 방 아랫목에 앉고 보니 벽 한면을 채운 신문스크랩과 책이 가득 꽂힌 책장이 눈에 들어온다. 책장아래 조그마한 책상에서 황 어르신의 시가 탄생한다.

황 어르신은 “평생 일만 하면서 살아오다가 자식들을 다 결혼시키고 친구들도 하나 둘 세상을 떠나면서 고독해져서 마음의 병을 앓았다”며 “마음을 달래기 위해 군립도서관을 찾아 만화책도 보고 책을 가리지 않고 다 봤다”고 말했다.

학창시절 작문시간을 좋아했고 군대에서 의무병으로 근무하는 동안 많은 책을 읽을 만큼 황 어르신은 책을 좋아했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즐거웠다고 한다.

황 어르신은 동창이었던 고 김영남 선생이 쓴 <법성향지>를 보고 이를 계기로 살고 있는 법성면 삼당리 당산마을의 유래를 지역신문에 싣기도 했다.

황 어르신은 “내가 아는 마을의 유래는 선친들로부터 구전으로 내려오는 이야기라 연도 등 정확한 자료가 필요했다”며 “자료를 구하기 위해 찾은 영광문화원에서 정형택 원장을 만나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문인들과도 함께 만나게 돼 칠산문학회의 회원이 됐다”고 회상했다.

황 어르신은 “지역의 문인들을 만나 대화도 하고 함께 독서를 하면서 서투른 글을 쓰게 돼 지난해 9월 <문학춘추>에 등단하게 됐다”며 “늦게나마 글쓰는 인생을 시작해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늦게 배운 도둑질에 밤새는 줄도 모른다’는 옛말처럼 황 어르신은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초저녁에 잠을 자고 새벽 1시에 일어나 책을 읽고 시를 쓰기도 하고 모르는 단어는 국어사전을 뒤져서라도 공부한다.

황 어르신은 “새벽에 일어나 책을 부스럭거리면 본의 아니게 아내를 깨우게 돼 미안한데 늦은 공부를 참아주고 응원해 주는 아내가 있어 좋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지금도 활발하게 작품활동을 하고 있지만 등단을 하고 나니 책임감이 커져 작품을 내놓기가 창피하다”며 웃는 황 어르신은 “가진 것은 없지만 시를 통해 행복감을 느끼고 그것이 곧 재산이다”며 환하게 웃는다.

79세의 황선기 어르신은 오늘도 후세에 도움이 되는 글을 써서 남기겠다는 씩씩한 꿈을 꾸는 새내기 시인임을 새삼 느끼게 한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

 

 

옥잠화를 보며
황선기

새각시 낭자머리
꽃대 치켜세운 옥잠화
은비녀 꽂은 자리
하얀 꽃망울

가녀린 풀벌레 울음에도
나팔 소리 울리듯
꽃망울 터뜨려 놓고
저마저도 함박웃음 웃는다

달빛 희미한 밤
퍼져 가는 향기에
앞뜰 정원도
꽃처럼 방긋이라

옷잠화 피는 때 쯤
서성대는 내 생각
그대처럼 살아갈
노구의 세상사
옥잠화로 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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