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수산에 둘러싸여 명당 중에 명당인 우리마을”
“구수산에 둘러싸여 명당 중에 명당인 우리마을”
  • 영광21
  • 승인 2013.03.07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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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님 이장님 우리 이장님! 176 - 백수읍 천마1리 강경구 이장

두껍게 껴입은 겨울옷이 무색하리만치 따뜻하던 2월의 하순, 따뜻한 햇살을 가득 품은 백수읍 천마1리(이장 강경구)를 찾았다.

명마와 시장 등 2개의 자연마을로 이뤄진 천마1리는 40가구 67여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강경구(70) 이장은 “백수읍사무소와 백수초등학교, 백수농협까지 읍소재지가 천마1리에 속하고 있다”며 “예전에는 백수시장도 있었는데 시장을 사이에 두고 길 위로는 천마리고 아래로는 양성리다”고 소개했다.

구수산맥의 갓봉과 수리봉의 사이에 자리 잡아 아늑하고 평화롭기까지 느껴지는 천마1리는 6·25전쟁 때의 아픈 상처를 품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강 이장은 “6·25 전쟁이 일어났을 때 수리봉은 한국군이, 갓봉에는 인민군이 아지트로 삼았는데 그 사이에 위치한 우리 마을은 그들의 전쟁터가 됐다”며 “옷가지며 살림살이를 대충 챙겨서 떨어지는 포탄을 피해 지금의 해수온천랜드가 있는 장바위 근처까지 피난갔다”고 말했다.

한 마을어르신은 “갓봉이란 말을 들으니 그때가 생각나 눈물이 난다”고 눈물을 훔쳤다. 마을주민들에게 그때의 아픔은 채 가시지 않은 듯 경로당에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강 이장은 또 “전쟁이 끝나고 돌아오니 집이 불에 타버려 다행히 불에 타지 않은 마을주민의 집에 세들어 살기도 하고 돌담을 쌓아 그 위에 서까래로 움막을 지어 살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서로 같은 아픔을 가진 탓인지 천마1리의 주민들은 가족처럼 사이가 좋고 관계가 돈독하다.

우리 마을만의 자랑거리
천마1리는 구수산에서 이어진 산줄기로 둘러싸여 있다.

강 이장은 “우리 마을은 경치도 좋고 햇빛과 바람이 잘 드는 명당 중의 명당이다”며 “마을 뒷산에는 말발굽이 찍혀있는 바위가 있어 명마마을이라고 지어졌다”고 말했다.

한 어르신은 “어렸을 때 부모님이 새 옷을 해주면 입고 올라가서 소나무에 벗어 걸어놓고 놀기도 했다”며 그때가 생각나는 듯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행정관청에 바라는 점
백수읍 소재지가 천마1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 마을에 논이나 밭이 많지 않다. 그나마 있는 밭에도 산에서 멧돼지며 고라니가 내려와 농사를 다 망쳐놓는다고 한다. 그래서 마을주민들은 양성들에 논을 마련해 놓고 농사를 짓는다.

강 이장은 “마을의 기반이 열악해 가난한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며 “다른 마을 경로당에는 여러 곳에서 지원을 많이 해주던데 우리마을의 경로당에는 그런 것이 전혀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또 “어르신들이 실내에서 천천히 걷는 운동이라도 할 수 있게 런닝머신이라도 한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을을 생각하는 그의 마음
강경구 이장은 3월18일 이장직에서 물러난다. 2002년 이장으로 취임해 11년만에 전역을 하는 셈이다. 신임이장으로는 강 이장의 친동생인 강명구씨가 취임한다.

강 이장은 “동생이 나보다 훨씬 더 잘하기 때문에 걱정없다”며 “섭섭하기도 하지만 시원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세월이 갈수록 전쟁의 기억은 옅어지고 있지만 그때의 아픔은 여전하다. 강 이장과 마을주민들이 서로에게 힘이 되고 좋은 일들만 있길 바란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