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대참사 2주기를 보내며 느낀 단상
후쿠시마 대참사 2주기를 보내며 느낀 단상
  • 영광21
  • 승인 2013.03.14 10: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3월11일은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대참사 2주기였다. 당시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 핵발전소 1~4호기가 지진에 의해 손상을 입고 쓰나미로 인해 비상용 전원이 손실됨으로써 냉각기능을 상실했다.

이는 핵연료의 노심용융(meltdown)과 수소폭발을 잇달아 발생시켰고 다량의 방사성물질이 방출돼 광범위하게 비산飛散하는 엄청난 사고로 이어졌다.

그에 따라 십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정든 고향과 집을 뒤로 하고 겨우 옷만 걸친 상태로 언제 다시 보금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지 아무런 전망도 없이 오랜 피난생활을 강요받고 있다.

또 일본의 많은 사람들이 아니 지구촌의 많은 사람들이 방사능 피폭의 공포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수많은 세대를 거쳐 성실하게 일궈 온 논밭은 오염되고 방치됐다. 사고현장에서는 많은 작업원들이 열악한 조건에서 때로는 목숨을 걸 정도로 온몸을 던져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상황이 끝날 전망은 보이지 않는다. 이것이 ‘세계 제2의 경제력’을 자랑하며 ‘기술입국’을 구가해 왔던 일본의 현실이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작업원에 대한 허용 피폭량 한계치를 조금씩 완화한 것이나 아동들의 옥외활동을 제한하는 방사선량의 연간 허용량을 둘러싸고 보여 준 혼란은 ‘유일한 피폭국’을 입버릇처럼 외쳐 온 일본이 패전 후 반세기 넘도록 피폭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몰두해 오지 않았음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사고발생 이후 핵발전을 추진하는 집단의 무책임성과 독선이 백일하에 드러난 것이다. 이들은 내부적으로는 무비판에 익숙해져 있고 외부적으로는 일체의 비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학자 집단 또한 정밀한 검증없이 ‘안전 선언’을 해버림으로써 예상 가능했던 가혹한 사고에 적절히 대비하지 못하게 했고 영리지상주의의 전력회사는 쓰나미 대책에 태만했다. 일종의 불감증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껏 사고가 날 때마다 보여 줬던 은폐 습성이 사고발생후 서투른 대응을 불렀고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피해를 더욱 크게 만들었다는 것을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이는 무척 중대한 문제이고 당연히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만 현재 일어나고 있는 사태가 단순히 기술적인 결함이나 조직적인 허점 때문이고 그것을 수정한다면 해결이 가능한 하자라고 봐서는 안된다.

쓰나미 규모에 대한 예측 실패나 비상용 전원배치의 실수, 폐로(decommissioning)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두려워 해 바닷물 주입을 주저하는 바람에 사태를 악화시킨 것만이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본질적인 문제는 핵정책을 추진한 정권의 유력정치가와 엘리트 관료가 주도권을 쥐고 돈다발의 위력으로 현지주민들의 반대를 무시하고 지역사회의 공동체마저 파괴하며 죽기 아니면 살기로 핵발전소 건설을 추진해 온 것 자체에 있다.

이러한 현상은 대한민국에도 만연해 있는 실정이어서 걱정이다. 바로 옆 나라에서 벌어진 사태를 생생히 봤으면서도 무사태평한 모습으로 그들의 뒤를 따라가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은 더욱 깊어진다. 정책과 가치관의 전환이 없으면 언젠가 우리도 일본과 같은 일을 겪을 수 있음을 가슴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물론 다양한 방법으로 안전성 확보를 위해 애쓰는 모습은 보이지만 주민들의 기대치와는 상당한 거리감이 여전히 남아있다.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진정성을 가지고 한걸음, 두걸음 주민들에게 다가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 찬 석 / 본지 편집인oneheart@yg21.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