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가치를 지키며 사는 방법을 알게 하는 잠언
인간의 가치를 지키며 사는 방법을 알게 하는 잠언
  • 영광21
  • 승인 2013.03.14 13: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사기史記>의 고사성어로 통찰하는 삶의 지혜 ② - 사기의 잠언들

▲ 명나라 때 <삼재도회>에 실린 사마천의 초상화
잠언의 사전적 의미는 ‘경계가 되는 짧은 말’이다. 비슷한 단어로는 격언이 있는데 인생을 현명하게 살아가는 데 도움을 주는 가르침 또는 훈계를 말한다.

금언金言도 비슷한 뜻을 가진 단어다. 속담俗談도 의미는 유사한데 주로 서민들 사이에 유포돼 있는 경구 풍자 교훈 익살 등을 짤막하게 나타낸 말을 가리킨다.

잠언하면 구약성서를 떠올리게 되는데 성서의 모든 책들 중에서 유대인이나 그리스도교도가 아닌 사람들, 종교가 없는 사람들도 가장 많이 읽는 책이 이 잠언이다.

종교적 내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책에 실린 내용은 대부분 삶을 조화롭게 끌어나가는 데 필요한 평범하지만 의미심장한 조언들이라 할 수 있다.

<사기>에는 고사성어를 비롯한 속담·명언·가요·동요 등 무려 약 1,200개 항목이 아로새겨져 있는데 잠언으로 분류할 수 있는 항목이 약 100개 항목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이 잠언들은 대체로 인간의 가치를 지키며 사람답게 사는 방법, 학문의 바른 길, 세상을 다스리는 정치의 요점 등과 관련한 절묘한 언어들로 구성돼 있다.

입언立言의 중요성을 강조한 사마천
사마천은 자신이 존경하는 친구이자 은사인 지준에게 보낸 편지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하고 있다.

“저는 군자가 귀하게 여기는 인생의 바른 길은 다음 세가지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사람으로서 최고의 가치기준은 덕행을 수립하는 입덕立德이요, 그 다음은 책을 써서 자기 주장을 세우는 입언立言이며, 그 다음은 공업을 세우는 입공立功이다.”

사마천이 말한 입덕·입언·입공을 필자는 ‘삼립三立’이라고 부르는데 사마천이 입공의 앞에 입언을 내세운 점이 눈길을 끈다.
 
세속적인 공을 세우거나 출세하는 입공보다 인간과 세상의 본질을 통찰하고 그것을 자기주장화 해 글로 남기는 입언을 더 의미있는 일로 보았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사마천이 <사기>를 저술하게 된 목적에 대해 “천지자연과 인류 사회의 관계를 탐구하고 과거와 현재의 변화를 꿰뚫어 일가의 문장을 이루고자 했습니다.”(구천인지제究天人之際, 통고금지변通古今之變, 성일가지언成一家之言)라고 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사마천이 역사서인 <사기>에 그토록 의미심장하면서 폐부를 찌르는 격언과 명언을 대거 수록한 것도 말 한마디, 문장 한마디가 사람에게 얼마나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는가를 절감했기 때문이다. 다름아닌 바로 그 자신이 바른 말 때문에 역적으로 몰려 사형선고를 받고 미처 완성하지 못한 <사기>를 완성하기 위해 성기를 자르는 궁형을 자청하고 살아남지 않았던가?

▲ 요순의 선양을 나타내고 있는 한나라 때 벽돌그림
<사기>의 대표적인 잠언들
적절한 직무분장은 조직의 효율성을 높인다. 오늘날 기업경영은 인재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해당 분야의 최고 인재들을 스카웃했음에도 성과는 오르지 않고 조직의 불화만 가중되는 기이한 현상이 적지 않게 일어나는 모양이다.
 
이는 조직의 시스템과 맡은 일, 책임소재 등을 적절하게 분배하지 못했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이를 정돈해 조직원들의 적극성을 움직일 수 있다면 각 부처의 사업이 재대로 돌아가고 조직은 크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사마천은 <사기> 130권중 첫권인 <오제본기>에서 이와 관련한 ‘신칙백관信飭百官, 중공개흥衆功皆興’이란 잠언을 소개하고 있다. 요 임금이 역법 제정을 책임진 희씨와 화씨에게 주의를 주면서 한 말이다. 뜻을 풀이하자면 “백관의 직무를 진지하게 살피면 모든 일이 크게 일어날 수 있다”는 정도가 된다.

농사일이 절기에 맞춰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하듯 백관의 직무도 마찬가지란 의미다. 벼농사를 짓는 농부가 쌀을 수확할 때까지는 때에 맞춰 무려 88번 손길을 주어야 한다고 하지 않는가.(그래서 쌀 ‘미(米)’란 글자는 ‘八十八’의 합성어이다) 백관의 직무를 진지하게 살피란 말은 각자 맡은 일을 잘 하고 있는지를 살피라는 뜻 외에 그 자리에 그 사람이 적당한가도 함께 살피라는 뜻이다.

이 여덟자중에서 맨 첫 글자인 믿을 ‘신信’자에 주목해야 한다. 중국 최초의 자전인 <설문說文>은 이 글자를 정성 ‘성誠’자로 풀이하고 있다. 글자만 놓고 보면 ‘신信’자는 글자 그대로 ‘사람의 말’이 된다. 요컨대 사람의 말은 정성이 있어야 하고 진실돼야 한다는 것이다.

진지하고 성실하게 백관의 직무와 그 성과 등을 잘 살피라는 지적인 셈이다.

공公과 사私
중국 전국시대에 극단적 이기주의를 주장해 당시 사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던 양주楊朱란 인물은 “털 하나를 뽑으면 천하가 이로워진다 해도 하지 않겠다”는 ‘발일모이리천하이불위拔一毛以利天下而不爲’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참으로 지독한 이기주의가 아닐 수 없다.

사마천은 이런 태도에 아주 비판적이었다. 앞서 소개한 ‘오제본기’는 요 - 순 - 우로 이어지는 전설속 제왕들의 아름다운 양보 이야기가 기록돼 있는데, 공공의 이익을 위해 임금 자리를 자식이 아닌 유능한 인재에게 선양禪讓하는 중국사의 이상적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2천년 넘게 각계의 많은 관심을 끌었다.

요 임금은 아들 단주丹朱를 놔두고 민간에서 홀아비 순을 발탁해 20년 넘게 후계교육을 시킨 다음 살아 생전에 임금 자리를 순에게 선양한다. 그러자 태자의 측근들이 나서 어째서 태자에게 자리를 물려주지 않느냐고 항의했다.

이에 요 임금은 ‘종불이천하지병이이일인終不以天下之病而以一人’이라는 말로 이들의 항의를 일축했다. 풀이하자면 이렇다. ‘천하가 손해를 보면서 한 사람을 이롭게 할 수는 없다, 결코!’

지금 우리 사회 각계각층에서 벌어지고 있는 나쁜 현상들 가운데 하나가 공공의 이익은 고사하고 자식의 능력조차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 부와 권력을 자식에게 물려주겠다는 극단적 이기심과 사리사욕이 아닌가? 그런 점에서 요 임금의 일갈은 사리사욕으로 병들어 가는 우리 사회의 병리현상을 되돌아보게 하는 귀중한 잠언이 아닐 수 없다.

 

김영수 센터장 영광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