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의 시혜적 정책보다 깊이 있는 정책이 대안”
“한시의 시혜적 정책보다 깊이 있는 정책이 대안”
  • 영광21
  • 승인 2013.03.28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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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정·정영숙<영광군청 주민복지실>

“그 뉴스를 보고 우리 모두 ‘하… 차라리 일을 그만두지’라고 생각했어요.”

영광군청 주민복지실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공무원 이은정(46)씨와 정영숙(41)씨는 최근 울산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 사회복지공무원의 일을 크게 안타까워하며 말을 이었다.

이들에게도 이번 사건을 더해 3건이나 발생한 사회복지공무원의 자살이 남의 일만이 아니다.
이은정씨는 “우리도 처음에는 몇번이고 그만둘 생각을 했었다”며 “지금은 경력이 오래되다보니 그러려니 하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와 정씨는 사회복지분야에서 일한지 20년이 넘은 베테랑이지만 많은 업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것은 여전하다.
 
이씨는 올해 초 양육비와 보육료 지원신청을 받고 이를 처리하는 업무를 맡았다.

집중 신청기간이던 2월 한달여동안 이씨가 처리한 민원건수는 모두 1,300여건. 업무 과정에 수정, 보완 등을 거친 집계되지 않은 것까지 더하면 집계 민원건수를 훨씬 웃돈다. 이씨가 민원 한건을 처리하는데 25번이나 마우스 클릭이 필요했다.

이씨는 “하루는 목이 뻐근하고 아파 여기저기에 물어봤더니 컴퓨터증후군이라고 했다”고 웃는다.
정씨도 초·중·고 학생 교육비지원 업무를 맡고 있는데 영광군의 지원대상자가 890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정씨는 “복지정책들이 몰리는 연초에는 업무시간 내내 문의전화를 받고 일은 업무시간이 끝나고 나서야 밤 11시까지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며 “전산시스템이 갖춰지고 나서 정해진 기간내에 일을 무조건 처리해야 해서 퇴근시간은 물론 주말까지 반납하고 일을 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가정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 사회복지공무원들끼리는 ‘사회복지 힘쓰느라 가족복지는 못하고 있다’는 우스갯소리를 하곤 한다고.

이씨와 정씨는 짧고 시혜적으로 내놓는 복지정책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복지정책 때문에 아무리 베테랑이라 하더라도 일을 몇달 쉬면 업무를 처리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정도이다.

이씨와 정씨는 “특히 사회복지분야는 같은 정책도 1년에 3~4번 바뀔 때도 있다”며 “이런 경우 민원인도 불안하고 응대하는 우리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여서 업무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두 사람은 “공무원 수를 늘리고 승진을 시켜주는 것보다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시혜적 정책이 아닌 깊이 있는 정책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