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 박찬석 / 본지편집인
쌀시장 개방이란 흉흉한 소문이 무성한데도 들녘은 아랑곳하지 않고 온통 아름다운 황금빛으로 출렁인다. 자연은 이렇듯 땀을 흘린 노력에 풍성한 결실로 보답한다. 인간사야 어떤 방향으로 흐르던지 자연은 스스로의 법칙에 따라 가을이면 어김없이 풍성한 결실을 우리 앞에 선사한다.그렇다면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에게 가을은 어떤 계절이어야 하는가? 굳이 표현을 하자면 감사의 계절이어야 한다. 정기국회가 열리고 국정 전반에 대해 ‘감사(監査)’가 이루어지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힘든 나날을 살아가며 이 나라를 이만큼이나마 지탱하도록 한 국민들에게 ‘감사(感謝)’하는 계절이어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국민들을 생각하면서 스스로 삼가며 자신의 임무에 최선을 다하는 계절이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국가의 이익보다는 당의 이익에 연연하여 번번이 자신들이 가야할 길을 잃고 헤매는 실정이다. 이 일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서로 감정의 골만 깊게 하는 유치한 ‘발목잡기’와 ‘말꼬리잡기’로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는 국정감사 현장을 보면서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런 와중에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 지역구 국회의원의 활동이 돋보였다고 신문과 방송에 보도된 내용이었다. KTX(고속철도)와 국제공항의 허술한 테러방지 시스템의 문제를 조목조목 들춰내 모든 국회의원들의 귀감이 되었다는 보도는 분명히 기분좋은 일이었다.
지난 6월 17대 국회가 문을 열면서 국회의원들은 하나같이 지난 국회에 대해서 뼈저리게 반성한다고 했다. 한동안은 반성하는 듯이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반성하는 구석은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오직 국회를 집권을 위한 교두보 정도로 여기는 것 같은 인상이다. 마치 국회의원들은 다른 곳에서 사는 사람들처럼 국민들의 어려움에는 관심이 없고 자신들의 차기 집권에만 몰두하고 있다. 이름하여 ‘국민의 피를 빨아먹는 기생충’이라고 표현해도 도가 지나치지 않을 정도이다.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가? 오랜 시간에 걸쳐 수많은 사람들이 피땀을 흘려 세계 11위의 경제규모를 자랑하는 대국으로 키운 나라이다. 배를 곯던 시대를 기억하는 세대들에게는 상상할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엄청난 변화이다. 또 1987년 6월항쟁을 통해 빠르게 민주화와 합리화의 길을 걷고 있는 나라이다. 그런데도 시대착오적인 발상으로 국민을 속이려고 하고 있다.
지난 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우리는 분명히 국민의 성숙된 시민의식을 보았다.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시답잖은 술수에 먹혀들어 갈 국민은 이제 없다. 그만큼 국민들의 눈은 예리하고 정확해졌다.
일찍이 석가모니는 제자들에 이르기를 “출가인은 스스로 생산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 한 톨의 쌀이라도 버려서는 안되며, 피땀을 흘려서 기른 쌀을 갖다 준 사람들의 해탈을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정진해야 한다”고 했다. 열심히 정진하면 구도자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사회를 좀먹는 한낱 기생충에 불과하다는 가르침이다.
국회의원도 마찬가지다. 국회의원의 한 마디 말과 결정 하나가 모든 국민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사회이다보니 국회의원은 구도자보다 더 조심하고 노력하여야 한다. 국민들에게 빌붙어 사는 커다란 기생충이 되지 않으려면 과감히 구태를 벗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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