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시민들, “신규원전 건설 중단, 대안 마련하라”
보통시민들, “신규원전 건설 중단, 대안 마련하라”
  • 영광21
  • 승인 2004.10.1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정책 잘못됐다” 결론, 향후 정책영향에 주목
보통시민들이 3개월에 걸친 학습과 토론 끝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원자력 정책을 전면 거부하는 결정을 내려 파장이 주목된다. 이들은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 계획을 전면 중단하고, 기존 원전 가동 기간 안에 적극적으로 대안을 모색할 것을 권고했다.

지난 8일부터 참여연대시민과학센터(소장 김동광) 주최로 국민대학교 학술회의장에서 본 회의를 열렸던 ‘원자력 중심의 전력정책 어떻게 할 것인가-전력정책의 미래에 대한 시민 합의회의’가 “정부의 신규 원자력 발전소 계획을 전면 중단하고, 기존 전력정책의 방향을 재고해야 한다”는 <시민보고서>를 11일 발표했다.

특히 이번 <시민보고서>는 17년째 표류하고 있는 핵폐기물처리장과 신규 원전 건설을 놓고 정부의 원자력 정책이 표류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보통 시민들의 견해여서 그 파장이 주목된다. 대다수 국민들이 원자력을 지지한다는 정부와 원자력 산업계의 주장과는 달리 보통 사람들이 균형 잡힌 정보를 제공받고 충분히 토론을 한 후 원자력발전을 확대하는 기존 정책에 반대하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번에 <시민보고서>를 만드는 데 참여한 16명의 시민들은 원자력에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고, 연령과 성, 직업, 거주 지역 등이 서로 다른 보통 사람들로 10대1의 경쟁률을 뚫고 뽑혔다. 이들은 지난 6월부터 1, 2차 예비모임과 이번에 열린 3박4일간의 본 행사를 통해 전력정책과 원자력 발전에 대한 여러 가지 쟁점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고, 토론하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이들에게는 강창순 서울대학교 교수(원자핵공학과), 석광훈 녹색연합 정책위원, 황주호 경희대 교수(원자력공학과),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부장 등 정부, 학계, 원자력 산업계, 환경단체, 원전 지역주민을 대표하는 전문가들에게 강의를 듣고 관련 내용에 대해서 토론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균형잡힌 정보제공후 내린 상식적인 결론”
16명의 시민패널들은 국민대 학술회의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새벽까지 밤을 새가며 준비한 <시민보고서>를 발표한 후 청중들에게 합의 내용을 설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정부, 원자력 산업계, 환경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해 <시민보고서>에 관심을 보였다.

이들은 “짧은 기간 동안 전문가들의 의견 청취와 스스로의 학습 및 토론을 거쳐 만들어진 이 보고서가 완벽할 수 없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이번 보고서의 결론은) 충분하고 균형 잡힌 정보가 주어졌을 경우 일반 국민들이 도달하는 상식적인 결론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이번 합의의 의미를 밝혔다.

이들은 “다양한 입장의 정보들을 접하고 민주적으로 토론한 결과 우리나라 전력정책이 친환경성과 평화, 공급 안정성, 사회적 수용성과 이를 바탕으로 한 신뢰 등의 기준에 따라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이런 기준에 비춰 봤을 때) 원전의 신규 건설을 중지하고 중장기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최종 결론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현재와 같은 원자력 중심의 전력정책을 이어나가는 한 원자력 발전을 대신할 만한 대안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새로운 원전을 건설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을 통해, (절박한 심정으로) 현재 이루어진 원자력에 대한 투자 이상으로 풍력, 태양광과 같은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이끌어내고 더 나아가 ‘수요 관리 중심’으로 전력정책의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부 우려, “앞으로 정부정책에 큰 영향 줄 것”
이번 ‘시민 합의회의’ 결과에 대해서 산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주) 등은 크게 당혹해하면서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분위기다. 산자부와 원자력 산업계 입장을 대변해온 송명재 원자력환경기술원장은 “이번에 시민패널들이 내놓은 결론은 앞으로 정부의 전력정책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실적으로 신규 원전 건설을 중단할 경우, 그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가능할지 우려된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한수원 관계자도 “앞으로 더욱더 그 수요가 늘어날 전력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공급할지에 대한 대책이 결여된 안”이라며 시민들의 합의 결과를 폄훼했다. 하지만 정부가 일방적으로 이번 합의회의 결과를 무시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그동안 산자부는 지난 9월 열린우리당에 “핵폐기물처리장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위한 방안으로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합의회의’ 등을 도입할 수 있다”고 밝히는 등 이번 ‘합의회의’의 중요성을 스스로 인정해 왔다.

이번 합의회의에 이용두 전 산자부 원자력산업과장(현 석탄산업과장), 김승봉 과학기술부 원자력정책과장, 송명재 원장 등 정부 측을 대표하는 인사들이 ‘조정 위원’으로 참여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시민 합의회의’ 진행 과정에서도 산자부와 과기부 및 한수원은 적극적으로 협조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