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 전혀 보이지 않는 여야의 개헌 논의
희망이 전혀 보이지 않는 여야의 개헌 논의
  • 영광21
  • 승인 2013.04.18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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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한반도는 초긴장 상태였다. 북한은 당장이라도 미사일을 쏠 것처럼 위기감을 고조시켰고 급기야 개성공단의 조업을 중단시켰다. 대화제의는 있었지만 북한의 태도는 냉랭해 여전히 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경남 진주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공공의료시설의 문을 닫겠다고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팔을 걷어붙였다. 이렇게 불안과 대치가 계속되는 와중에 지난 12일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개헌을 논의할 기구를 국회에 만들기로 전격 합의했다.

오랜만에 보는 여야의 합의는 그 무게만큼 세간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당연한 일이다. 그보다 큰 뉴스가 많았을 뿐 아니라 개헌론이 금방 불붙을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실없이 지나갈 객담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개헌을 논의한다는 여야합의 자체가 1987년 이후 처음이기 때문이다. 1987년 개정 헌법에 대해서 계속 문제점이 거론돼 왔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여야에 두루 팽배해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취임 전에 개헌 추진의사를 밝힌 적이 있고 변화를 싫어할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도 없으니 걸림돌도 없어 보인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지금의 개헌 논의는 어딘가 어색하고 불편하기 짝이 없다. 시민사회의 목소리는 배제하고 양대 정당이 주역을 자처하고 권력구조 개편에만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87년 체제’의 한계로 제도적 민주화에는 성공했으나 실질적 민주화에는 이르지 못한 점을 꼽고 있다.

권력구조에서는 대통령 직선제라는 틀은 만들었으나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키운 것이 대표적이다.
선거를 치르면 치를수록 지역구도가 굳어지고 사회집단 간에 발생하는 갈등을 조정하는 일에는 보수든 진보든 기존의 정당체제는 실패했다.

그런 한계를 지닌 여야 정당이 이런저런 권력구조 개편에 치중한 안을 들고나와봤자 그것이 만병통치약이 되긴 어렵다. 오히려 기득권 챙기기로 귀결될 것이 뻔하고 이를 견제하고 개헌을 함께 논의할 시민세력은 아직도 미약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실질적 민주화를 진전시키지 못한 전철을 밟을 뿐이다.

불편하고 어색한 이유는 또 있다. 개헌은 권력구조의 문제만이 아니다.
학계와 시민사회는 변화하는 시대정신을 반영해서 기본권에 대한 개념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가의 침해에서 자유로워야한다는 근대적 권리개념에서 한걸음 나아가서 국가로부터 적극적으로 보호받고 인간다운 삶의 조건을 충족시키는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복지개념의 변화, 경제민주화, 소수자 보호 등이 그런 맥락에서 거론된다.

하지만 그런 논의가 무색하게도 개헌론이 제기된 바로 이 순간, 노조의 존재와 적자를 이유로 공공의료기관을 폐쇄하려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를 항의하는 사람들을 막겠다고 경찰차로 벽을 쌓고 조례를 날치기 처리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경제적·사회적 약자를 국가가 적극적으로 보호할 의무는 커녕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고 민주적 절차를 지키는 기본적인 법치조차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또 신임 검찰총장과 경찰청장이 강조한 ‘자유민주체제를 위협하는 세력에 대한 대응’과 ‘안보 불안감’을 통해 공안통치의 어두운 그림자를 볼 수 있었다.

암울한 유신시대가 바로 그러했기에 개헌론이 제기된 시점에서 기대할 것이 아무것도 없어서 마냥 답답하다.

박 찬 석 / 본지 편집인 oneheart@yg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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