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의 문화예술인62 - 서예 조영균

서예는 먹물을 매개물질로 해 유연한 붓으로 흰색의 평면공간에 표현하는 예술로 기본적 표현요소인 이 3가지 재료는 초심자뿐만 아니라 숙련자들도 이 이상의 재료는 필요하지 않 다. 그는 세상의 욕심과 명예를 초월하고 욕망을 억제하며 시간을 집중해 자기수련을 통한 기쁨으로 승화한 작품을 남기고 있다.
그는 “서예는 오래전에는 글을 전달하는 수단으로 시작됐지만 현재는 문자를 대상으로 한 조형적 예술로 현대미술에서 평가하고 있다”며 “일점 일획에는 먹의 윤갈, 선의 굵기와 방향이 있을뿐 어떤 화려한 자태가 있는 것이 아니고 모양은 간단하고 소박한 단순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 표현에는 작가의 내면성과 예술적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젊은시절 이런 저런 사업을 하던 그는 안빈낙도(安貧樂道), 경쟁사회속에서 과욕을 부리면 화를 부르게 되므로 적당한 도를 지켜야 한다는 세상의 순리를 터득했으며 그를 지키는 마음으로 생활하고 있다. 어린시절 아버지가 무작정 하라고 해 시작한 서예지만 삶을 겪으며 그 모든 깊이와 뜻을 이해했고 자신의 마음, 자기의 성품을 그대로 나타내는 진실한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그는 “난해하다고 평가되는 추사체를 언듯보기에는 엉클어져 보여도 글씨 하나 하나를 보면 획의 감각과 직선과 곡선이 조화롭게 정돈됐음을 느낄 수 있다”며 “이것은 단지 기교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보다 순수한 내면세계의 표출이라고 할 수 있다”고 주체적인 감정 표현의 중요함을 전했다.
서예에서 선이란 단순한 선이 아닌 뼈 살 마디 피가 있는 선이다. 더군다나 새하얀 종이위에 흑일색(黑一色)으로 쓰여진다. 그래서 점과 획, 문자와 문자 사이의 균형과 대비, 조화의 미가 어우러져 백(白)과 흑(黑)의 추상적인 아름다움을 자아내는 것이다. 예전의 서예는 읽는 서예였지만 요즘은 보는 서예로 바뀌었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것은 ‘예’와 ‘도’를 가장 중요시한다는 것이다.
그는 충돌과 갈등으로 점점 각박해져가는 세상속의 현대인들이 서예를 좀더 많이 배우고 즐기길 희망하고 있다. 또 정서적인 문화보다는 공격적이고 일시적인 쾌락을 즐기는 놀이문화 위주로 변해가는 세태에 정적이고 멋있는 작업 ‘서예’를 통해 정신을 집중하고 심신을 단련할 수 있는 계기를 늘려가길 바라고 있다.
“서예는 시작은 있어도 끝이 없는 작업이다”며 전통서예를 틈틈이 써오며 자기수양을 꾸준히 하고 있는 그는 영광의 서예협회의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황혼의 여유로움과 숙련을 바탕으로 한 전통서예를 그의 아버지가 그랬듯이 후손에게 의미있는 가르침으로 남기기 위한 작업을 조용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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