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서면 만곡리에 있는 영산경로당(회장 김순님 사진)의 건물 거실을 사이에 두고 왼쪽 방에 모인 여자어르신들은 건너편 방을 가리키며 남자어르신들이 자리를 비운 이유를 설명했다. 그 모습을 보니 넓은 경로당의 왼쪽 방은 여자어르신, 오른쪽 방은 남자어르신들이 사용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김순님(72) 회장도 봄맞이 도배를 하려고 마당에 온갖 짐을 꺼내고 정리중이었다.
영산경로당은 마을에서 마련한 부지에 군에서 건축비를 지원받아 건립돼 2003년 경로당으로 등록됐다.
회원수는 30여명으로 한달에 5,000원씩 회비를 걷어 운영비로 쓴다. 대부분 경로당에서 점심식사만 함께 하는 것과 달리 영산경로당은 저녁식사까지 함께하며 많은 시간을 경로당에서 보내 쌀이나 부식을 마련하는데 비용이 많이 드는 편이다.
김 회장은 “마을에 노인들이 대부분인데 점심만 해서 보내겠냐”며 “좀 더 젊은 사람들이 다 같이 모였을 때 식사를 챙겨서 댁에 보내야지”라고 당연하다는 듯 대답한다.
그래서 지난해 가을에는 회원들이 다같이 회비를 걷고 배추를 구입해서 1년치 김장김치를 담가놓기도 했다.
경로당의 회원들은 나이가 대부분 70대 중반을 넘다보니 자신의 건강뿐 아니라 다른 회원들의 건강에도 관심이 많다. 그래서 서로서로 ‘어디 병원이 좋다더라’, ‘무슨 병원에는 실력 좋은 의사 선생님이 왔다더라’고 이야기하며 정보를 교환한다.
영산경로당의 김 회장은 올해로 5년째 마을의 노인회장을 맡고 있다. 요즘은 예전과 다르게 여자어르신들이 경로당 회장을 맡는 일이 점점 늘고 있다고 한다. 회원들은 “대통령도 여잔디, 우리 여자들도 회장도 해야지”라며 웃는다.
이어 김 회장은 “우리 경로당에 노래를 잘하는 사람들도 많으니 이 자리에서 한번 시켜보자”며 아무도 선뜻 나서지 않자 박수를 치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김 회장의 노래소리에 맞춰 회원들도 신나게 박수를 치며 “우리 회장님이 경로당 가수”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회원들의 말처럼 김 회장의 노래솜씨가 가수라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뛰어나 노래부르는 그 모습이 눈앞에 생생하다. “당신을 사랑하고~ 정말정말 사랑하고~”.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
영산경로당<군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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