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고유의 소리를 표현하는 소리꾼이 되고 싶어”
“영광고유의 소리를 표현하는 소리꾼이 되고 싶어”
  • 영광21
  • 승인 2013.05.16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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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판소리>

어떤 사람이 고작 2주동안 소리를 배우고 내노라 하는 전국경연대회에서 최고의 상을 거머쥐었다고 하면 몇사람이나 믿을까.

이 거짓말 같은 이야기는 바로 영광읍 도동리에 살고 있는 올해로 꼭 60세가 된 이경희씨의 실제 이야기다. 평생 판소리를 전문적으로 배운 것이라고는 학원을 2주 정도 다닌 것 밖에 없는 그녀가 사고를 쳤다.

전국판소리경연대회에서 신인부 최우수상, 우수상 등을 연이어 수상했고 얼마전 순천시에서 열린 남도국악제에서는 신인부 대상을 수상했다. 그녀의 경력으로 따지자면 믿기 힘든 놀라운 결과였지만 현장에서 그녀의 소리를 직접 들은 사람들은 모두 그녀의 실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씨는 “3월 처음으로 지인을 따라 광주로 1주일에 2번 소리를 배우러 다녔는데 4번 수업을 듣고 나니 선생님께서 ‘이만하면 전국대회에서도 충분히 입상을 할만하다’고 장담하며 대회에 나가라고 해 매우 황당했다”고 털어놨다.

그렇게 그녀는 60세의 조금은 늦은 나이에 웅크렸던 꿈의 날개를 펼치기 시작했다. 어린시절부터 소리를 배우고 싶어 했지만 가정형편상 접어야 했던 꿈이었다. 결혼후에도 남편에게 ‘소리를 배우고 싶다’고 했지만 남편은 ‘딴따라는 기생들이 하는 것’이라며 크게 반대했다.

또 남편의 건강이 악화돼 사회생활을 할 수 없어 3남매를 키우는 것은 모두 이씨의 몫이 돼 꿈을 자연스레 접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남편이 그녀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이자 팬이 됐다. 그렇게도 반대가 심했던 남편은 멀리 경상도로 경연대회를 떠나기 위해 새벽길을 나서는 그녀에게 “미안하고 항상 응원한다”는 편지와 5만원을 넣은 봉투를 건넸다고.

이씨는 “남도국악제에서 대상을 받고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울었네. 할방이 지금이라도 판소리를 할 수 있게 응원해 줘서…”라고 말하며 눈물을 보였다. 어쩌면 그 어떤 큰 상보다 남편의 응원이 가장 큰 선물이 됐는지도 모른다.

전국의 내노라 하는 국악경연대회에서 최고상을 휩쓴 그녀지만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다. 가정의 살림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어서 마냥 판소리 공부에만 매달릴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녀는 “진도에서 진도아리랑을 모르면 진도사람이 아니라고 하는 것처럼 우리 영광을 표현하는 소리로 영광의 대표 소리인으로 거듭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내년이면 환갑을 바라보는 이경희씨는 오늘도 여전히 꿈을 꾸는 젊은 소리꾼이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