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국과 인재의 함수관계
치국과 인재의 함수관계
  • 영광21
  • 승인 2013.05.23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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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기史記>의 고사성어로 통찰하는 삶의 지혜 ⑫ - 인재의 기용

사마천은 사회적 존재로서 한 인간이 평생 추구해야 할 목표와 목적은 많겠지만 대체로 입신立身, 입언立言, 입덕立德으로 수렴될 수 있다고 보았다. 이것이 이른바 사마천의 ‘삼립’이란 것인데, 그 자체로 발전 단계가 될 수 있다.

입신은 말 그대로 세속적 출세를 말한다. 입언은 좀 어려운 표현이지만 자신의 주장을 말이나 글, 특히 글로 남기는 것을 말한다. 입덕은 삼립의 최고 단계로 세상을 위해 정말 가치있고 의미있는 일을 해냄으로써 정치·사회적 존경을 받는 경지를 말한다.

자현에서 지현
사마천은 입신은 자신이 추구하는 삶의 목표가 아니고 입덕의 경지는 언감생심言敢生心의 단계이므로 자신은 입언을 통해 하고 싶은 말과 생각을 남기겠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남은 것이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사기>라는 위대한 역사서이다.

사마천은 겸손하게 입언의 단계를 성취하는 것만으로 자신이 할 일은 다 한 것이라 했지만 그가 남긴 <사기>는 입언의 단계를 뛰어넘어 입덕의 경지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사마천은 어느 단계가 됐건 전제돼야 할 첫번째 조건은 ‘자현自賢’이라고 생각했다. 자현이란 자신의 실력을 기르는 것을 말한다. 세상에 쓸모있는 인재로 성장하기 위한 자기 노력의 단계다.

다음으로 사마천은 함께 뜻을 합쳐 일할 다른 인재를 구하는 ‘구현求賢’을 제기했고 그 다음 단계로는 자신들의 재능을 널리 세상을 위해 펼쳐 보이는 ‘포현布賢’을 제안했다.

사마천은 자현의 단계에 인재의 역할이 한정돼서는 안된다고 봤다. 그래서 구현과 포현을 언급한 것인데 이러한 인식은 나라를 다스리는 치국과 인재의 관계로까지 범위가 넓어지고 깊이가 깊어진다.

치국과 인재
춘추시대 제나라를 최고 강대국으로 성장시키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관중은 “나라를 다스리는 원칙은 가장 먼저 백성을 부유하게 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관자> ‘치국’편)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재가 필요한데 제갈량은 이와 관련해 “나라를 다스리는 방법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인재를 추천하는데 있다”는 말로 명쾌하게 정리한 바 있다.

한편 <열자>에서는 “나라를 다스리는 어려움은 유능한 인재를 알아보는데 있지 자신이 유능해지는데 있지 않다” 고 했다.(‘설부說符’) 통치자가 아무리 잘 나도 유능한 인재를 알아보고 그들을 기용하지 않으면 나라를 다스리기 어렵다는 요지이다.

이는 조직이나 기업의 경영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지적이다. 리더가 아무리 유능해도 그와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이 무능하다면 이는 차라리 무능한 리더에 유능한 인재들이 있는 것만 못하다. 특히 리더가 일부러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부리려 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조직과 나라 전체로 돌아간다.

그래서 사마천은 “유능한 인재가 있는 데도 기용되지 못하는 것은 나라를 다스리는 자의 치욕이다”라고까지 말한 것이다.(‘태사공자서’) 나라를 다스리는 관건이 인재와 인재 기용 여부에 달려 있다는 말이다. 나라에 유능한 인재가 있는데도 기용되지 못하는 것은 인재의 잘못이 아니라 나라를 다스리는 통치자가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치국과 인재 관련 명구들
치국과 인재가 갖는 함수관계를 다른 명구들을 통해 짚어 보자.

“나라는 인재가 중용되면 흥하고, 아첨 소인배가 중용되면 쇠망한다”(<잠부론> ‘실공’)
“나라에 3가지 상서롭지 못한 일이 있으니 유능한 인재가 있는데도 알아보지 못하는 것, 알고도 기용하지 않는 것, 기용하고 맡기지 않는 것이다”(<안자춘추> ‘간하’)

“나라에 유능하고 어진 인재가 많으면 나라의 통치가 든든해지고 유능하고 어진 인재가 적으면 나라의 통치가 약해진다(<묵자> ‘상현’ 상)

“통치자를 바로잡고 보좌하려면 충성스럽고 어진 인재를 기다려야 하며 그런 인재를 얻어 기용한다면 천하는 절로 다스려질 것이다”(당 태종 이세민의 <제범> ‘구현’)
“나라가 흥하려면 반드시 상서로운 조짐이 나타나는데 군자는 기용되고 소인배는 쫓겨난다. 나라가 망하려면 유능한 인재는 숨고 나라를 어지럽히는 자들이 귀한 몸이 된다”(<사기> ‘초원왕세가’)

요컨대 나라의 흥망이 진정한 인재를 알아보고 그들을 중용해 마음 놓고 세상과 백성을 위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맡기느냐에 달려 있다는 말들이다.

김영수 센터장
영광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