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가는데로 물 흐르듯 즐겁게 살겠다”
“세월이 가는데로 물 흐르듯 즐겁게 살겠다”
  • 영광21
  • 승인 2013.07.0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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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 이정옥< 동산문학 신인상 수상자>

어머니    이정옥

“우리 집 한 번 가자.”
“고향에 가고 싶다.”
억척 엄마는 소녀가 되어
옛 시절을 갑니다

버얼써 천당 가신
외갓집 오라버니는
잘 계시는지 궁금하고
세상 떠났다는 동네 형님 소식에
눈시울을 붉히며 불쌍해 합니다.

팔았다는 시골집에
누가 사는지
풀 한포기 날까 무서웠던
텃밭에는 무엇이 자라는지
기억 저쪽을 붙잡고 싶습니다.

하느님은 무심합니다.
모질어 잊고 싶은 삶이었을까요?
굵어 휘어진 손가락 마디에
부지런은 숨어 버리고
지금은 시어머니가 된
며느리의 아이가 되어 계십니다.


덤덤한 듯 써내려간 그녀의 시에 왈칵 눈물이 났다. 치매를 앓는 노모가 있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눈에 띄는 미사여구도 없는데 왜 눈물이 났을까.

그것은 바로 글쓴이가 자신의 감정을 담담하고 진솔하게 써 내려갔기 때문이 아닐까.
눈물을 흘리게 만든 이 시를 쓴 작가인 영광읍에 사는 이정옥(63)씨를 만났다. 담담했다. 시 속에 녹아있던 담담함이 꼭 그를 닮아 있었다.

이씨는 계간 <동산문학> 신인상을 수상하고 시인으로 등단했다. 칠산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수필가로 활동하던 그가 이번엔 시인으로 적잖은 나이에도 새로운 출발선에 다시금 선 것이다.

이씨는 “어릴 적부터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을 굉장히 좋아해 이제야 조금씩 그 꿈을 이뤄가고 있다”며 “작가로써 크게 성공하고 이름을 날리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고 그저 취미생활을 즐길 뿐이다”고 자신을 소개한다.

영광읍 출신으로 공무원을 직업으로 둔 남편의 아내로 세아이의 엄마로 많은 날을 살아온 그가 본격적으로 펜을 잡기 시작한 것은 아내로 엄마로의 역할에 여유가 생기면서부터다. 전업주부로 3명의 아이를 바르게 키워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2남1녀의 자녀는 모두 의사, 판사 등 전문직에 종사하고 있다. 이씨는 “아이들이 슬플 때, 짜증날 때 나는 항상 그 투정을 받고 짜증을 받는 쓰레기통이 됐다”고 말했다.

이렇게 지나온 세월이 그에게 담담하지만 감동을 주는 진솔하고 공감되는 글을 쓸 수 있는 거름이 된 것은 아닐까.
이씨는 “앞으로 살아가면서 보고 듣고 느끼는 것에 대해 부담 없이 글을 쓰며 남은 생도 즐겁게 살겠다”고 환하게 웃는다.

그를 보며 ‘솔직함’과 ‘진심’의 힘의 크기를 새삼 느끼게 된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