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잔치를 벌인 사람은 바로 신장1리 장정희(51) 이장. 그 덕분에 신장1리 마을주민들은 맛있는 삼계탕으로 올 여름 더위나기 준비를 단단히 했다.
법성면 신장1리는 영광읍과 법성면을 구분 짓는 역할을 하는 와탄천 인근에 자리하고 있다. 송고지, 서당촌, 부귀동 3개의 자연마을로 구성돼 있으며 55여세대의 마을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마을주민들은 주로 고추, 인삼농사 등을 많이 짓고 대규모로 한우를 키우는 농가도 꽤 있다.
지난 2011년 3월부터 이장을 맡은 장 이장은 본래 묘량면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남편을 따라 이곳에 시집와 살면서 신장1리의 주민이 됐다.
장 이장은 남편과 함께 많은 수의 한우를 사육하고 있는데 직접 트랙터를 운전하는 등 여장부가 따로 없다. 한우를 키우는 것은 일이 많다보니 장 이장도 대형 농기계를 다룰 줄 알게 됐다. 장 이장은 “트랙터 위에서 사진 한번 찍었어야 했는데”라며 환하게 웃는다.
우리 마을만의 자랑거리
장 이장은 2008년부터 굴비골농협 소속의 마을 부녀회장으로도 활동해 오고 있다. 현재는 이장직과 부녀회장을 겸하고 있는 셈. 장 이장이 부녀회장을 맡은 이후 각종 재활용품을 모아 마을자금을 마련해서 매년 봄이면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효도여행을 다녀오고 있다.
장 이장은 “매월 마을 대청소를 실시하는데 이때 재활용품 수거에 마을주민들이 많이 협조하기도 하고 여행경비를 십시일반 마련해 매년 효도여행을 다녀오고 있다”며 “올해 봄에는 바빠서 가을에 1박2일 일정으로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장1리에는 현재 부귀동에만 경로당이 있어 많은 어르신들이 경로당을 이용하는데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겨울철에는 춥고 거리가 멀어 다른 마을 어르신들은 비닐하우스에서 겨울을 나고 있다.
장 이장은 “봄에는 못자리하고 여름에는 고추를 말리는 한 마을주민의 비닐하우스에 모여 겨울을 나는 어르신들이 많다”며 “예산상 어려운 줄 알지만 행정관청의 배려로 조그마한 경로당이라도 하나 건축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수원과 자매결연으로 한번씩 의료서비스를 받게 되는데 어르신들의 호응이 좋다”며 “겨울철에 어르신들이 농사로 지친 몸과 마음을 쉴 수 있도록 영광군에서도 정기적으로 다양한 의료서비스를 해 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장 이장은 자신도 눈코 뜰새 없이 바쁜 와중에도 마을 어르신들의 각종 공과금 납부나 생필품 구입 등 자질구레한 심부름도 마다하지 않는 일꾼이다.
“마을 어르신들이 모두 부모님 같아 더욱 신경쓰게 된다”는 장정희 이장. 그녀는 몇번이나 마을어르신들을 위한 부분들을 확인하며 마을을 위해서만은 욕심쟁이를 자처했다.
어쩌면 폭 삶은 삼계탕속에도 마을을 생각하는 그녀의 꼼꼼함과 살뜰함이 배어있을 것 같다. 그녀의 바람처럼 올 여름 신장1리 마을주민과 어르신들이 별탈없이 건강한 여름을 날 수 있길 바란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