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과 북한의 서로 다른 계산법
남한과 북한의 서로 다른 계산법
  • 영광21
  • 승인 2013.07.11 11: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요즘 필자는 첨예하게 대립한 남북당국회담의 불씨를 살릴 수 있을까라는 화두에 몰두하고 있다. 판문점 연락채널마저 끊어진 마당이라서 더욱 그렇다. 

서로간의 소통이 끊긴 지금 대화 재개시기는 더더욱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북측이 회담 하루전 돌연 회담을 무산시키면서 정부와 국민의 당혹감과 실망감은 깊어지고 있다.

첫번째 드는 의구심은 북측의 진정성이다. 우리측의 대화 제의를 줄곧 거부해 오던 북한이 하필 미중정상회담 하루전 대화를 제의해 온 저의가 무엇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미중의 압박을 의식해 선수를 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불러 일으켰다.

거기다가 통상 3, 4일 열렸던 남북장관급회담의 기간을 하루로 줄이고 명칭도 당국회담으로 바꾸자고 했다.
또 의제도 우리 정부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6·15공동행사와 천안함사건으로 중단된 협력사업 추진 문제까지 끼워 넣었다.

그러더니 결국은 수석대표의 급을 문제삼아 회담을 코앞에서 무산시킨 것이다.
두번째 드는 의구심은 ‘우리의 대응은 과연 유연했는가’이다. 정부는 북측 수석대표인 강지영 조평통 서기국장의 급을 차관급으로 규정했다.

1999년과 2005년 열린 차관급회담에서는 조평통 서기국 부국장이 북측 단장으로 나온 바 있다. 하지만 다른 각도에서 지난 장관급회담 때는 내각책임참사 직책으로 김영성이 나왔는데 그는 그때도 현재도 서기국 부국장인 것을 고려하면 분명 과거보다는 격상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1박2일의 회담으로 그동안 이러한 경색이 가져온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해도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첫 가동에 제동이 걸린 점이 더욱 아쉽기만 하다.
앞으로 남북관계의 밑그림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번 기회를 살리기 위한 해법이 더욱 절실한 이유이다.

멈춰선 개성공단을 다시 돌릴 수 있을지 기로에 서있다. 북한이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을 허용하겠다고 밝혔고 우리측이 이를 위한 당국간의 실무회담을 제안해 일단은 대화를 위한 돌파구는 마련됐다.
그간에 오고간 양쪽의 제안을 보면 서로의 계산법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 우선 북한 스스로 일방적으로 폐쇄했던 개성공단에 다시 눈을 돌린 것은 그동안 안팎의 사정이 크게 바뀌었음을 반영하고 있다.

한·미, 한·중 정상회담 이후 미국과 중국은 남북대화가 우선이라는 메시지를 북측에 반복해서 보냈다.
또 아세안지역포럼에서 드러났듯이 북한의 외교적 고립감도 커졌다. 더 이상 남북간 대화를 외면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이 가운데 개성공단입주기업인들이 공단내 설비와 장비를 개성 밖으로 이전하겠다는 성명을 냈고 북한은 기다렸다는 듯 화답을 했다. 남측 기업인들의 딱한 사정을 들어준다는 명분을 삼아 외교적, 경제적 실리를 챙길 수 있게 됐고 그렇지 않더라도 정부와 입주기업인들간의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계산도 했을 법 하다.

우리 정부도 몇가지 방향을 정하고 있다. 미봉책에 머물 것이 아니라 당국간에 회담을 통해 원칙을 정하자는 것이다. 북한이 과거처럼 멋대로 공단을 폐쇄하는 등의 불확실성을 아예 차단하겠다는 뜻이다.

개성공단은 통일로 가는 징검다리로 제 역할을 충분히 할 만큼 정치적, 경제적 상징성을 띄고 있다. 남북 어느 쪽도 놓칠 수 없는 명분과 실리를 끌어안고 있다. 일단 물꼬를 틈으로써 대화의 여지는 확보했다.
원칙을 지키되 회담의 성격과 장소의 의제를 뛰어넘는 남북간의 단안이 절실한 시점이다.

박 찬 석 / 본지 편집인oneheart@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