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새 옷이며 신발을 젖게 해 물에 빠진 생쥐꼴을 면하기 힘든 폭우에도 마을회관에 사람들이 가득하다.
오랜만에 내린 비로 모처럼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곳은 군서면 마읍2리(이장 김광열).
마을회관에는 주민들로 가득하고 부엌에서는 점심식사 준비에 손길이 분주하다.
화기애애하게 점심식사를 준비하며 기다리고 있는 이들 가운데 만난 김광열(58) 이장. 김 이장도 폭우를 피하지 못하고 몽땅 다 맞았다.
검게 그을린 얼굴이지만 선한 인상이 돋보이는 김 이장은 이곳이 태어나고 자란 탯자리다. 마을 어르신들은 김 이장의 유년시절을 기억하고 있는 생생한 목격자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올해 58세가 됐다는 김 이장의 말에 어르신들은 “벌써 그렇게나 많이 먹었냐”며 “아직도 애기인 것 같은디 그렇게나 많이 먹었다”고 친부모와 같이 애정을 담아 말한다.
김 이장은 올해로 2년째 마을 살림을 맡아오고 있다. 그러나 이전에도 13년동안 이장을 한 경험이 있어 마을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없을 정도로 든든한 살림꾼이다.
우리 마을만의 자랑거리
마읍2리는 사동 자연마을로 구성돼 있으며 28호의 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예로부터 마을의 형국이 말의 꼬리에 해당된 부분이라 말꼴 또는 말끝이라고 부르다 이 말이 변해서 모래꼴로 불리다 사동砂洞마을이라 칭했다.
김 이장은 “예전에는 상백골, 촉새골, 클골, 작은골 등 12개 마을이 있고 주민도 많이 살았지만 지금의 그 수가 줄었다”며 “신하교차로가 생기면서 영광읍과 가까워져 이사 오려는 사람이 많이 늘고 있지만 땅을 판매할 사람이 없어 아쉽다”고 웃는다.
마을에서는 주로 벼와 보리농사를 짓는데 농토에 비해 마을주민의 수가 적어 다른 마을주민들이 마읍2리에서 농사를 많이 짓는다고.
마읍2리의 가장 큰 자랑은 주민들간에 단합이 잘 되는 것이다. 1년에 한차례씩은 꼭 마을에서 관광을 떠나기도 하고 어려운 일들을 서로 도우며 생활하고 있다.
행정관청에 바라는 점
김 이장은 “어제도 마을회관에 모여서 다 같이 국수를 삶아 먹었다”며 “이런 비에도 이렇게 많이 모이는 것처럼 마을규모는 작아도 단합은 정말 잘된다”고 자랑한다.
마읍2리도 여느 시골마을과 같이 젊은 사람보다 70세 이상의 어르신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이 때문에 김 이장은 노인복지에 가장 많은 신경이 쓰고 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김 이장은 “비교적 복지서비스가 잘되고 있지만 경로당 운영 등에 어르신들이 어려움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며 “좀 더 많은 어르신들이 혜택을 보고 넉넉하게 살 수 있도록 노인복지에 더욱 관심을 기울였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마을을 생각하는 그의 마음
김 이장은 “그저 마을을 위해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일한다”고 한다. 이러한 마음은 예전에 13년간 이장을 맡으면서도 그랬고 지금도 변함없다.
김 이장은 “다른 사람들도 이장직을 맡으면서 봉사한다고 생각하며 일할 것이다”고 겸손하게 말한다.
이런 그를 보고 마을주민들은 “마을 일을 거의 다 하다시피 하는 성실한 사람”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