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막경로당<법성면>
법성면에서 고창 공음면을 향해 한참을 달리다 보면 발막마을이라고 크게 쓰여 있는 표지석을 발견한다.
표지석이 서 있는 도로 옆으로 이제 막 지어지기 시작하는 한옥마을이 보이는데 이 곳 법성면 용덕1리에 발막경로당(회장 이주연 사진)이 있다.
“오메, 오늘 사람들이 다 밭으로 일하러 나가블고 얼마 없는디 어쩔까?”
발막경로당에 어르신들은 멀리서 온 손님들에게 미안함을 전한다.
발막경로당은 법성면 용덕1리의 발막마을과 구암마을 어르신들이 이용하는 쉼터이다.
1999년 건립된 경로당은 짧지 않은 세월에도 새 건물처럼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주연(78) 회장은 “예전에는 마을 앞까지 모두 바닷물이 들어왔었는데 바다를 막으면서 벌막이 많았다”며 “그래서 마을이름을 염막, 벌막이라 부르다 한자어로 표기하면서 발막으로 불리게 됐다”고 소개한다.
벌막은 바닷물을 고이게 해 소금을 만들어 내는 움막을 이르는 말로 마을에 벌막이 많아 소금을 팔고 사는 상인들도 모이고 술집도 많이 생겨 여러 지역에서 모인 사람들에 의해 마을이 형성됐다고 한다.
재미있는 유래를 지닌 발막경로당의 회원은 20여명으로 많지 않다. 마을의 규모는 크지 않지만 최근 들어서는 행복마을이 조성되면서 더욱 살기 좋아졌다. 회원들은 대부분 적잖은 나이임에도 벼농사나 배추, 고추농사를 짓는다.
한 어르신은 “우리 경로당 회원들은 조그마한 빈 땅에 고추도 심고 콩도 심으면서 부지런히 생활한다”고 자랑한다.
이 회장은 “우리 경로당 회원들은 특별할 것은 없지만 평범하게 사는 것이 가장 큰 자랑이다”며 “함께 시간을 보내고 즐겁게 사는 평범한 것이 특별하게 사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말하며 웃는다.
경로당에서 회원들은 함께 TV 드라마도 보고 일상적인 이야기도 나누며 소소한 것에 감사하며 살고 있다. 지난 2008년에는 모처럼 여행기회를 마련해 청와대 견학을 다녀오기도 했다.
한 어르신은 “청와대는 아무나 갈 수 있는 것이 아닌데 둘러보고 오니 정말 좋았다”며 “요즘은 좀처럼 여행할 기회가 없어 아쉽다”고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발막경로당의 마을 옆으로 흐르는 칠암천을 건너면 고창군 공음면이다. 급할 때에는 법성으로 가는 것보다 공음으로 가는 것이 더 가깝다.
그러나 “우리는 법성사람이고 영광사람이다”고 말하는 어르신들은 어느 누구보다도 마을과 지역을 사랑하는 우리의 부모님들이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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