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손주가 먹는 농산물 안전해야지요”
“자식 손주가 먹는 농산물 안전해야지요”
  • 박은정
  • 승인 2004.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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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가는 농업인 69 - 친환경채소 재배 / 김지섭 조길님씨 부부<군서면 만곡리>
농가를 잘 찾지 못하는 필자를 위해 마을 입구까지 마중을 나온 김지섭(68)씨. 처음 마주한 반듯한 모습이 바르고 정돈된 인상이었다. 김 씨는 한참 제철재배인 무와 배추밭이 에워 둘러싸고 있는 군서면 만곡리 안동마을에서 아내 조길님(66)씨와 2만여평의 밭에서 여러 채소를 재배하고 있다.

공직생활을 오랫동안 한 김 씨는 퇴직 후 본격적으로 농사를 지으며 친환경농산물을 재배·생산하고 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농사를 조금씩 지었던 그는 다수확을 통한 증산을 최고의 목표로 여기던 1990년대부터 친환경농사에 관심을 갖고 재배에 대한 여러 연구를 했다.

김 씨는 “친환경농사가 무엇인지도 모르던 시절, 환경을 보호하고 자연을 지키는 농사를 짓겠다고 나선 우리 부부를 보고 주변에서 모두 제 정신이 아니라고 수근거렸다”며 “조상 대대로 전해 내려온 전·답이 직접농사를 짓거나 다른 이들에게 임대를 주면서 과다한 화학비료와 농약사용으로 점점 훼손되는 것을 보며 이를 막아야 되겠다는 생각에 친환경농사를 시작하게 됐다”고 동기를 밝혔다.

부인 조 씨는 “어느 해는 수확을 하나도 못한적도 있고 수확을 하더라도 적은 소량이 수확돼 마을 시람들의 웃음거리가 될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며 “우리가 고생한 것은 말로 다할 수 없다”고 힘겨웠던 지난 시절을 털어놓았다.


이처럼 갖가지의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시종일관 친환경을 고집하며 농사를 지었고 이런 노력 끝에 이들 부부가 생산한 농산물 거의는 농수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친환경인증을 받고 있다. 이렇게 재배된 고추 양파 콩 배추 보리 등은 4남1녀의 자녀들이 거주하고 있는 경기도 고향시 일산 주변의 아파트 부녀회 등의 인맥을 통해 출하를 하고 있다.

15년 가까운 세월동안 친환경농사를 지으면서 얻어진 노하우에 대한 질문에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음은 물론이고 같은 땅에서 계속 농사를 짓는 연작이 아닌 돌려짓는 윤작이 품질 좋은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게 했다”며 “화학비료 대신 자연퇴비를 사용하고 식초나 설탕을 발효한 천연자재를 이용해 병충해를 방지하며 무엇보다 토양에 충분한 영양을 공급해 면역력과 땅심을 키워야 한다”고 그만의 비법을 전했다.

‘정심’과 ‘천지’즉 바른 마음과 하늘과 땅의 순리를 가장 큰 철칙으로 삼고 농사를 짓는다는 이들 부부는 진정 땅을 사랑하며 환경을 아끼고 있었다. “특히 의견차가 많이 생길수 있는 농사일에는 ‘부부합의’도 중요하다”며 “자녀가 먹고 손주가 먹는 농산물을 안전하게 생산해야지”라고 말하는 이들은 보다 안전한 농산물 생산을 위해 주력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