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고가며 쉬어가는 쉼터이자 마을의 소식통이지”
“오고가며 쉬어가는 쉼터이자 마을의 소식통이지”
  • 영광21
  • 승인 2013.08.29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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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흥경로당<묘량면>

묘량면 덕흥리 가리마을에 자리한 마을시정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덕흥경로당(회장 정용운 사진) 어르신들의 이야깃거리는 도무지 내릴 생각을 하지 않는 비다.



어르신들은 저 멀리서 몰려오는 먹구름을 바라보다 “오메, 오메, 집에 창문을 열어 놓고 왔는디”, “고추 말려놓고 왔는디” 등 저마다 한마디씩을 내뱉으며 구부정한 허리로 집을 향해 발걸음을 제촉했다. 그러면서도 “비가 와야 될껀디…”라며 까만 하늘을 올려다본다.

시정 앞에는 바로 덕흥경로당 건물이 자리하고 있는데 여름에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시정에서 보낸다. 경로당 회원은 30여명인데 젊은 사람이 거의 없어 마을주민 전체가 경로당 회원이나 다름없다고.
회원들은 서로의 이름부터 나이 등을 전부 아는 듯 이름과 나이를 묻는 질문에 당사자보다 먼저 나서서 알려준다.

정용운(79) 회장은 “옛날에는 우리 마을에도 사람이 꽤 많이 살았는데 지금은 비어있는 집이 많다”며 “회원들도 모두 80세에 가까워 서로 친구처럼, 한 가족처럼 허물없이 지낸다”고 평소 경로당 분위기를 소개한다.

경로당과 시정이 자리한 곳은 마을의 중심으로 회원들이 농사일을 하다가 잠시 쉬어가기 좋은 쉼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정 회장은 “요즘은 아침에 일을 하다가 점심식사를 하고 이곳에서 쉬다가 오후 3시쯤 다시 논밭으로 나가서 고추 등을 수확한다”며 “경로당이 마을 한가운데에 있어서 회원들이 오다가다 이야기를 할 수 있어 좋다”고 자랑한다.

한창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도 여기저기서 회원들이 모여서 처음엔 10여명에 불과했던 사람수가 어느새 20명은 훌쩍 넘었다.
 


경로당은 10여년전 마을에서 마련한 부지에 군의 지원을 받아 건축됐으며 시정은 그보다 훨씬 전인 20여년전에 시원한 팽나무 옆에 건립됐다.

회원들은 이처럼 건축년도가 오래돼 경로당 내부에는 손볼 곳이 한 두군데가 아니라고 푸념을 하기도 한다.
한 회원은 “부엌에 타일도 다 떨어져 나가고 씽크대도 부셔져 거의 쓸 수 없게 됐다”며 “오랫동안 내부수리를 못해 도배와 장판교체 등을 통해 깨끗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해 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까만 먹구름이 마을위에 다다르자 후두둑 장대비가 쏟아졌다. 먹구름이 마을을 그냥 지나쳐 비가 내리지 않을까 노심초사 했던 회원들은 비바람에도 표정이 밝아졌다.
그렇게 덕흥경로당 어르신들은 시정안까지 들이치는 비바람에도 환한 표정으로 배웅인사를 전했다.
“비 온디 조심히 가잉~”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