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교육은 학교에 믿고 맡겨주길 부탁”
“아이들 교육은 학교에 믿고 맡겨주길 부탁”
  • 영광21
  • 승인 2013.09.05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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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 / 전 백수초 교장

“다시 태어난다면 또 학교에서 우리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싶습니다.”
백수초등학교 교장으로 8월28일 정년퇴직한 김영준(62) 전교장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 살아온 인생의 절반 이상인 지난 40년을 돌아보면 후회가 남을만도 한데 그의 대답은 단호하기까지 했다.

김 전교장은 “대학에 다니던 1970년대 산업화로 인해 성공한 친구들도 많이 있지만 교직에 투신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며 “각박한 세상에서 가장 깨끗하고 순수한 아이들과 함께 지낸 것이 가장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 전교장은 전북 순창에서 태어나 광주교육대학을 졸업하고 교직에 발을 내딛었다. 그리고 홍농초, 홍농남초, 안마초, 대마서초 등 영광지역에서 20여년간 근무하며 인연을 쌓았다. 오랜 인연을 백수초 교장을 끝으로 마무리한 그는 40년 이상 교직에 임한 공로로 황조근정훈장을 받기도 했다.

김 전교장은 “퇴직을 하니 선생님으로서 몇 가지 아쉬움도 남는다”고 고백했다. 수업시간에 아이들을 가르치며 한아이 한아이 세심하게 가르치고 알려줬어야 하는데 그냥 지나쳐버린 것은 아닐까하는 후회스러움이다. 퇴임사에도 이 같은 후회와 아쉬움이 묻어났다.

김 전교장은 “우리 학생들이 그날 학교에서 배운 것은 모르면 알 때까지 질문하고 또 질문하더라도 다 알아가는 학교생활을 했으면 좋겠다”며 “또 내가 다시 선생님이 된다면 아이들이 알 때까지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요즘 선생님도 학생을 무서워하고 학생도 선생님을 무서워하는 세상이 돼 안타깝다”며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은 학교에 맡겨주고 믿어준다면 선생님과 학생 모두 미숙하지만 조금씩 질서를 찾아갈 것이다”고 애정 섞인 조언도 전했다. 학교는 공부를 잘하게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알게 가르치는 곳이라는 것이 소신. 더디더라도 배움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학교의 가장 기본의 모습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같은 맥락이다.

백수초등학교에는 김 전교장의 뒤를 교장공모제를 통해 새로운 교장이 취임했다.
김 전교장은 “백수초에 여러가지 현안사업이 많은데 신임교장께서 열정적으로 학교를 위해 일 해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종종 졸업한 아이들이 학교로 찾아올 때 가장 보람되고 뿌듯했다”며 “교사는 아이들과 함께 부대끼며 사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 아니겠냐”고 묻는 김 전교장. ‘교사’를 직업이 아닌 ‘선생님’으로 살아온 김영준 전교장은 우리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기억될 교육자이자 선생님이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